인천시가 조례를 통해 정당현수막 규제에 들어가면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국민 정서상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있으나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조례안을 통해 정당현수막 규제에 들어간다. 해당 안은 정당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각 정당 4개 이하로 제한하고 지정게시대에만 걸게 한다. 이 같은 내용의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안은 8일부터 공포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일 인천시 측에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위임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조례 개정안 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를 거부했다.
지방자치법상 주무부장관은 시‧도의회가 의결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20일 안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인천광역시 조례의 경우 당초 제출자가 인천광역시장이라는 점에서 주무부장관인 행안부 장관에 의한 제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라는 점은 변수다. 8일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관련 법안은 8개가 발의돼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당 현수막 제한이 풀렸다.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은 신고를 거치지 않고 장소와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다만 정당 현수막에 정당 명칭과 정당‧설치 업체 연락처, 표시기간을 기입하고 표시기간은 15일 이내로 해야 한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국민들이 정당현수막과 관련해 지속적인 불편함을 호소하자 국회에선 양당 행안위 간사 주최로 ‘정당 현수막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들은 규제사항에 대한 명확한 법률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조례이나 상위 법령인 옥외광고물법 개정안과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당현수막 규제가 사라졌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이 심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도 눈살 찌푸리는 내용으로 서로 비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돼 있는 등의 문제 때문에 재의를 요청한 거 같다”며 “그러나 인천시가 이렇게 한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은 거 같다. 국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쿠키뉴스에 “지자체와 정당이 협의해서 조정을 하고 협의를 하는 곳도 있다”며 “인천시의 조례가 옥외광고물법과 상충된다는 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정당현수막이 지나치게 많아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건 맞지만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영훈 변호사는 쿠키뉴스에 “법률에서 조례에 위임하지 않고 있는 주민의 권리제한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규정할 경우 효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옥외광고물법에서 통상적인 정당활동 현수막에 대해서는 허가‧신고에 관한 제3조와 금지‧제한 등에 관한 제4조의 적용을 명문으로 배제하고 있고 조례에 위임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정치현수막 게시 구역이나 수량을 제한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