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숨 고르기에 나선 가운데 올 하반기 금리를 더 인상하는 매파적 입장을 시사하면서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2.79p(0.68%) 하락한 3만3979.33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58p(0.08%) 오른 4372.59, 나스닥지수는 53.16p(0.39%) 상승한 1만3626.48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틀 동안 열린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주목했다. 이날 연준은 기존금리를 5.00~5.25%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해 3월부터 전달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해 온 연준이 15개월 만에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시장은 6월 금리 동결을 확실시 하고 있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2개월만에 최소폭(4.0%)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고, 과열된 고용시장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이날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한 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여전히 물가가 연준의 목표(2%)를 크게 웃도는데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여전히 시장의 기대보다 높아 7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장 예상대로 연준은 이번 금리 동결은 일시적이고, 향후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점도표를 통해 올 연말 금리 전망치를 기존 5.1%(중앙값)에서 5.6%까지 상향하면서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과 함께 급락했던 3대 지수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7월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실시간 회의가 될 것”이라며 매파적 점도표의 충격을 덜어주는 발언을 내놨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반도체주 랠리에 힘입어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장 막판 강세를 보이며 상승 마감했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도 4.81% 올랐다. 전날 새 AI칩을 선보인 AMD 주가도 2.25% 올랐고, 브로드컴(4.12) 인텔(4.92%) 등 주가도 상승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긴급 시술을 미뤘던 노년층의 시술 증가로 2분기 의료비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해 건강보험사가 경고한 이후 6.40% 하락했다. CVS헬스(CVS)와 휴마나 주가도 각각 7.76%, 11.24% 급락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가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이 광고 기술 부문에서 반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예비 결론을 냈다는 소식에 0.13%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0.74% 내려 1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FOMC 보고서가 확실히 매파적이었다고 봤다. 다만 파월 의장이 오히려 시장을 안심시켰다고 평가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에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원활히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 것은 연준이 시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그들은 필요할 경우(에 한해) 금리를 인상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을 통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고 올해 두 번 인상을 단행하면 경제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살피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