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지방에 위치한 A중소병원은 교육전담간호사 배정을 두고 걱정이 크다. 신입 간호사 교육을 전담할 3~4년차 이상의 간호사가 필요한데 어떻게 구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A중소병원 관계자는 “현재 있는 간호사 인력에서 뽑자니 병동 근무가 안 돌아가고 새로 구하자니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신입보다 구하기 어려운 게 3년차 이상 경력의 간호사다. 경력 간호사 한 명을 교육전담간호사로 배치하겠다고 병동 측에 전하면 ‘핵심 인력이 빠지면 우리도 일하기 벅차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병원급 의료기관의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내년 5월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배치 기준을 위반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나 간호대 학생의 교육·인력 관리를 담당한다. 그 동안 신입 간호사의 대표적 사직 이유로 지목돼 온 교육 부족 문제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전담간호사 자리에는 임상 경력 최소 3년 이상의 간호사를 배치해야 하며, 이들은 타 업무를 겸직할 수 없다.
김미선 복지부 간호정책과 사무관은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재활병원·요양병원 제외)을 대상으로 하며 적극적인 도입을 위해 교육간호사 1명당 월 320만원 수준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현재 200여곳이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며 “올해 배정된 예산은 70억원이지만 내년 제도 시행에 따라 예산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 방침에도 일부 중소병원들의 한숨은 깊다. 경력 간호사가 많지 않아 교육전담간호사를 차출하기 어려운데다 새로 뽑으려고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병원은 대학병원에 비해 간호사 사직·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임금은 낮아 지원하는 간호사가 적은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사직률은 지난 2020년 기준 병원 23.7%, 종합병원 16.2%로, 10.7%를 기록한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았다. 사직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꼽혔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면허 등록’ 간호사 39만8673명의 전년 대비 활동 유지율을 봐도 상급종합병원은 89.7%, 종합병원은 84.0%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에 위치한 B중소병원 관계자는 “지방은 간호사를 구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 대학병원 임금을 따라갈 수도 없으니 빠져나가는 인력을 붙잡기가 힘들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인력을 구하면 지원금을 주겠다’라는 식으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도의 필요성은 알지만 당장 병동 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벅차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육전담간호사 등 간호 인력 대책을 시행하되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책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교육전담간호사는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지역이나 병상 규모에 따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은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해당 제도를 안정적으로 꾸려가려면 인력 확충에 따른 지원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회장은 인력 확충 지원책으로 간호학과 입학 증원과 외국인 인력 도입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한시적이라도 입학 정원을 대폭 늘려 간호사를 많이 배출하면 지방병원 또는 중소병원 취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소병원의 간호등급제가 높아지면 정부 지원이 커져 자연스럽게 근무 환경이나 의료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간호사 인력을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해외 출신 간호학생들을 교육해 간호사로 고용하고 있다”며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다방면에서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