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입학부터 임용 이후까지… 장애인 교원에겐 높은 학교 문턱

교대 입학부터 임용 이후까지… 장애인 교원에겐 높은 학교 문턱

지난해 법적 의무 고용 대비 7400여명 부족
교육·사범대 졸업 인원은 약 100명대 불과

기사승인 2023-06-20 06:00:23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교원 고용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 장애인 교사 A씨는 대학 입학 면접 당시 면접관으로부터 “무슨 장애에요? 이거 보여요? 어디까지 보여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학 인재상과 부합하는지가 아닌 장애 유형과 정도에 집중된 질문이었다. A씨는 “나는 교사가 되면 안 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교원들에게 학교 문턱은 높은 벽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높여도, 교사를 꿈꾸는 장애인 학생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애인 학생의 대학 등록 인원만 확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장애를 바라보는 학교 내 편견을 없애고, 장애 학생을 교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 환경, 장애 교원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우선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과 경기도교육청은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교원 고용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해 장애인 교원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교원 임용 시 3.6% 비율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교육청은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주옥 경기도교육청 대외협력총괄과 서기관에 따르면, 장애인 교원 비율이 1%대인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납부한 올해 고용부담금은 약 300억원이다. 하루 약 1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장에선 뽑을 장애인 교원이 없는 상황을 간과한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해 기준 법적 의무 고용 대비 7400여명의 장애인 교원이 부족하다”라며 “하지만 매년 교대·사대에서 입학, 졸업하는 장애인 학생 수는 100명대에 불과하다. 당연히 장애인 교원 고용 확대가 원천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교원 고용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홍성두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전국 교원양성과정 기관의 장애인 학생의 입학률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사진=임지혜 기자 

실제 장애인 학생의 대학 입학률은 매우 낮다. 홍성두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국 교대와 사범대 모집인원 1만8000여명 가운데, 교대와 사범대에 입학한 장애인 학생은 141명(0.75%)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개 교육대학 전체 모집인원 중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통한 등록 인원은 2019학년도 3913명 중 90명(2.3%), 2020학년도에는 391명 중 75명(1.9%)으로 줄었다. 장애인 교원 양성 단계의 첫 단추인 입학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체 장애로 체대를 다녔는데 스포츠 활동을 전공 교과로 들어야 했어요. 체조 수업을 신청해서 들으려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을 이용해야 했어요. 교과 이수를 위해 매번 수업 때마다 동기들이 저를 업고 5층을 오르내렸어요. 동기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기들이 제 학교생활을 위해 헌신해 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어려움과 여러 고충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장애인 학생들의 사소한 부분들이 해결된다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며 예비 교원의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휠체어 육상 국가대표이자 안산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인 윤경찬씨) 

장애인 교원들은 어렵게 교원 양성기관을 입학하고 졸업한다. 임용이 돼도 직무 수행의 어려움이란 현실 문제에 부딪힌다. 김라경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제자가 교사 발령을 받았지만, 시각장애 보조기기가 구비되지 않았다”며 “중요한 3월에 수업을 준비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기존 특수교사가 없고 특수학급이 1곳뿐인 학교에 배치돼, 선배 도움 없이 처음부터 업무와 부딪치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교사 윤씨는 “장애 교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며 “교원들이 장애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장애 인식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희 아름학교 교장은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교원 고용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출생 순간부터 장애인 자녀에게 필요한 의료, 복지, 특수교육 서비스 등을 한 번에 안내하고 이끌어주는 ‘생애주기별 지원 통합 체제(원스톱 종합 서비스 시스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현재 장애인 학생들이 교원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선희 아름학교 교장은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통학에 편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특수학교 학생이 1783명(6.6%)에 달한다. 교실 부족으로 학급당 학생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학급도 전체 8.7%에 이른다. 유치원 과정 특수학급도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졸업 후 취업 직종은 제품 제조(19.7%), 식음료 서비스(16.8%), 청소·세탁(15.2%) 등 단순 노무 비중이 높다.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다양하고 전문성을 갖춘 취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김 교장은 “일반 학교에선 보행 훈련이나 점자 등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조차 음성을 문자로 전환해주는 기기를 학생 수만큼 확보하지 못해 기기 한 대를 2~3명이 돌아가면서 쓰고 있다”며 “이런 여건에서 장애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생애주기별 지원 통합 체제(원스톱 종합 서비스 시스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애인 자녀가 태어 순간부터 필요한 의료, 복지, 특수교육 서비스 등을 한 번에 안내하고 이끌어주는 시스템이다. 이주옥 서기관도 전 생애에 걸친 국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막 시작한 범부처 협의체가 내실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이 강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교육부·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경기도교육청 등은 장애인 교원 확대 및 장애인 고용부담금 실효성 제고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임 교육감은 “장애를 가진 분들의 가족들 삶은 (자녀가) 학령기에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청은 교원 양성도 담당하지만, 학령기 기간을 책임지는 교육 당국 입장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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