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있다? [그랬구나]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기사승인 2023-06-26 06:00:17

“억울하다” 분명 주변 사람들보다 적게 먹었는데, 살은 더 찌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동생과 똑같이 먹어도 체중계 눈금은 남다르게 앞서가는 나.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은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올 여름 만인의 ‘살과의 전쟁’에 앞서 구혜연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오범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살 빼는 효과적인 방법을 물었다.

Q.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이 진짜 있나요?

오범조 교수= 실제로 외래에 와서 ‘물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물은 열량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살이 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합니다. 또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부종으로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도 적습니다. 다만 갱년기가 온 여성 중 호르몬이 불균형한 경우나 갑상선기능저하 환자 중 저절로 살이 찌는 사례가 있어 의학적 감별이 필요합니다. 

구혜연 교수= 엄밀히 따지면 문자 그대로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는 건 없습니다. 물은 열량이 없으니까요. 체중이란 섭취하는 열량이 소비하는 열량보다 크면 증가하게 됩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 살이 쉽게 찐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열량이 작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최소한의 에너지가 있는데, 이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합니다. 기초대사량이 낮으면 쉽게 살이 찔 수 있습니다. 

Q. 다이어트를 해도 유독 배나 허벅지 살은 안 빠져요. 왜 그렇죠?

구혜연 교수= 흔히 말하는 뱃살, 즉 복부비만은 내장 지방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배가 유난히 나오는 사과형 비만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피하지방이 많으면 허벅지 등 하체에 살이 집중되는 배형 비만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남성은 사과형, 여성은 배형 비만이 흔한데, 여성도 갱년기 이후로는 내장지방이 늘어나면서 점차 사과형으로 변하게 됩니다.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비만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내장지방이므로 사과형 비만이 특히 위험합니다.

오범조 교수=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얼굴, 복부, 가슴, 팔,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순으로 살이 빠집니다. 얼굴과 상체는 하체에 비해 근육이 밀집돼 있고, 지방 분해를 돕는 ‘베타 수용체’가 많습니다. 따라서 적은 지방과 빠른 지방분해로 얼굴이나 상체의 살이 더 빨리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반면, 하체는 지방분해를 억제하는 ‘알파-2 수용체’가 많습니다. 또 지방 비율도 상체보다 높고,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가 느린 편이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더 늦게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나이가 드니까 굶어도 예전만큼 살이 안 빠지는 것 같아요. 문제가 있는 건가요?

오범조 교수= 많은 사람들이 ‘20대 때는 한 번 결심하면 살을 쑥 뺐는데 40대 되니까 살이 안 빠진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실제로 식단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이 쉽게 오거나 젊을 때처럼 체중을 급격하게 빼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기초대사량이 낮고 지방 비율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와 몸무게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소모되는 열량이 줄어 살 빠지는 속도도 느려지고, 요요도 금세 찾아오게 되는 거죠. 나이가 들수록 식단 조절과 함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혜연 교수 = 중장년기 이후로는 성호르몬의 변화 및 신체 활동량의 감소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고 지방이 늘어나는 신체 변화를 흔히 겪습니다. 이 때 체중 감량을 위해 무작정 굶는다면 근육 감소가 보다 심해져 기초대사량은 더욱 떨어지고, 쉽게 요요현상이 오면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피해야 합니다. 근감소증, 골밀도 저하 등을 막기 위해 건강상 득과 실을 따져 의사와 상의하면서 신중하게 감량을 해야 합니다.

Q. ‘행복하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있는데요. 실제로 기분과 칼로리 섭취 사이 연관성이 있나요?

구혜연 교수= 이미 섭취한 칼로리 자체가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식욕은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스트레스가 높으면 코티솔, 인슐린 같은 혈중 호르몬 변화에 의해 식욕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지방식이나 단 음식, 열량이 높은 음식에 대한 식욕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즐겁고 기분 좋게 지내는 것이 적절한 영양 섭취, 또는 생활 습관 관리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범조 교수= 똑같은 음식, 똑같은 양과 열량으로 음식을 먹는데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살이 찌지 않을 순 없겠죠. 다만 식사 자체를 즐기는 사람의 경우 음식을 덜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먹기 때문에 공복감이 줄고 포만감은 올라 추가적인 섭취가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Q. 체질과 상관없이 살을 빼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구혜연 교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살을 빼려면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소비하는 열량을 늘려야 합니다.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체중을 급속하게 줄이면 원래 체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호르몬 변화 등이 일어나면서 식욕이 늘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져 요요가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단기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열량 섭취를 적절히 조절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을 병행해 열량 소비, 기초대사량을 높여 요요를 예방하면서 점진적으로 체중을 감량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감량한 체중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오범조 교수=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살을 빼는 방법으로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황제 다이어트’, 또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 등 지방 섭취를 늘리는 ‘저탄고지’ 다이어트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들은 연구를 통해 3~4개월 단기 다이어트를 할 때 체중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입증됐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식단 조절로 인해 요요현상이 올 확률이 높죠. 

다이어트의 목표가 ‘체중 유지’라면 기초대사량을 높이면서 식단을 관리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셋 포인트(Set point) 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우리 몸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항상성이 있어요. 체중 감량이 수월하게 이뤄지다가도 갑자기 살이 더 안 빠진다거나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감량 가능한 몸무게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빠진 체중에 적응하도록 운동과 식단을 계속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교수님들은 어떤 다이어트를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범조 교수= 사실 사람마다 살 찐 이유가 달라서 하나를 골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목표를 2~3개 정도 잡아 반드시 실천하는 다이어트 방법을 추천합니다. ‘야식과 술자리 횟수를 줄이겠다’, ‘간식을 안 먹겠다’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살찌는 원인을 고치기만 해도 살은 어느 정도 뺄 수 있습니다. 체중은 한 달에 3~4kg씩 천천히 빼는 것이 바람직하고, 식단을 조절하되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구혜연 교수= 적절한 다이어트 방법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기저 질환이나 연령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다만 저는 평소에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건강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평소 하루 최소 한 끼는 단백질이 들어간 샐러드 같은 건강식을 먹고, 외식을 할 때는 음식을 다 먹지 않고 약간 남기는 습관을 지키려고 해요. 체중이 크게 증가하기 전에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하려고 신경을 쓰는 거죠. 또 다이어트 도중 잠깐 체중이 늘었다고 포기하지 않고, 작은 노력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랬구나. 역시 물만 먹고 살이 찔 순 없다. 만약 자신이 열심히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을 했음에도 살이 붙는다면 병원을 가보자. 살을 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급격한 노력이 아닌 ‘일상 속 꾸준한 실천’임을 기억하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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