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에 삼성페이 관련 수수료를 받되 각 사 기여도에 따라 일부 금액을 공동 마케팅 금액으로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결제 기술 업체 비자나 마스터도 자사 브랜드를 이용하는 제휴사에 브랜드 수수료를 받고, 대신 제휴사가 비자나 마스터 활성화에 사용할 수 있게끔 마케팅을 지원한다. 삼성페이 상생안도 이와 비슷한 형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10일 삼성전자는 자사와 삼성페이 계약을 맺은 카드사 10여 곳에 ‘오는 8월10일 이후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4년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이 참여한 앱카드협의체와 계약을 맺고 국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무료로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카드사는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자동으로 삼성페이 계약을 연장하고, 카드사에 라이선스 비용만 연 단위로 받고 결제 건당 수수료는 받지 않았다. 계약이 자동 연장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국내 출시된 애플페이가 제휴사인 현대카드에 0.15%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삼성페이 유료화 검토를 촉발했다. 삼성전자 삼성페이 담당자들은 이달 초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과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삼성페이는 간편결제 시장 1위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4%이고,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페이 시장에서 삼성페이 점유율은 23.6%에 달한다. 만약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처럼 0.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카드업계에서는 연 70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카드업계는 새로운 비용 부담이 생기면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수료 부과 방식은 아직 모르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 삼성페이 유료화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것은 맞는 것 같다”며 “7월 중순 안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굉장히 영향력이 큰 결제 수단이다. 유료화되면 카드사에게는 엄청난 타격”이라며 “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는 만큼, 일명 ‘혜자카드’ 처럼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 축소되고 고객 선택권이 많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공동 마케팅 금액 지원안에 대해서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가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동 마케팅이 카드사가 아닌 삼성페이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