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동의 불가 킬러 문항 3개”… 현장 교사들도 혼란

시민단체 “동의 불가 킬러 문항 3개”… 현장 교사들도 혼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킬러 문항 판결 기준 모색 긴급 토론회

기사승인 2023-06-29 20:09:41
2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능 킬러 문항 판별 기준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뭘 이렇게 두려워하냐고요? 지금 고3 아이들이 뭘 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6월 모의평가(6모) 끝내고 남은 시간을 어디에 올인 할지, 여름방학 전술 세우고 있었습니다. 킬러 문항 배제가 실제 영향이 없다 해도 아이들이 받은 심리적 타격은 큽니다. 아이들에게 사과부터 하고 ‘수능 출제는 원칙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3 학부모 남태일씨)

교육부를 향한 질책이 쏟아졌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능 킬러 문항 판별 기준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학부모와 현장 교사, 전문가들은 ‘킬러 문항’ 배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교육과정과 자료를 근거로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고교 교사들은 지난 26일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킬러 문항 예시를 두고 현장에선 대혼란이 일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선영 교사(경기과학고)는 “교육부의 (킬러 문항 예시) 발표가 나온 이후 교사들 메신저가 굉장히 뜨거웠다”며 “학교 현장은 입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수능과 유사한 문제로 수업하거나 평가에 참고한다. 평가 자료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교과서와 모의평가, 수능 문제다.

이씨는 수업에 참고한 자료 중 하나였던 킬러 문항이 적합하지 않다고 하니, ‘내가 해 온 것들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를 향한 화살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문제가 있다면 명확하게 고치면 되지만, (킬러 문항이라는 문제가) 뭐가 문제인지 모호했다. 교사들 간에 싸움이 날 정도로 이견이 있었다”고 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도 “3000여명 정도 모인 교사 단체 메시지방에서 ‘학교 시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게 왜 킬러 문항이냐’ ‘근거가 너무 명확하지 않다’ 등 혼란스러워 하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미 출제한 기말고사 문제를 두고도 곤혹스러워했다. 교육과정의 범위와 그 수준이 뭔지를 두고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수능 킬러 문항 판별 기준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배정호 법무법인 에셀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교사 및 교육 전문가들은 킬러 문항에 대한 정확한 기준 확립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킬러 문항의 정의 자체가 모호했다는 것이다. ‘문제 풀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한 문제’ 등 추상적인 표현을 킬러 문항의 근거로 제시해 교사는 물론 수험생·학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교육부가 제시한 수학 영역 킬러 문항 9개 사례 중 3개는 위반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령 교육부는 6월 모의평가 공통 22번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꼽으며 ‘고차원적인 접근방식 요구’ ‘공교육 학습만으로 풀이 방법을 생각해내기 어려움’ 등 추상적 이유를 들었다. 최 센터장은 “현장 교사들이 가장 괜찮은 문제라고 꼽은 문항”이라며 “교육부는 세 가지 개념이 결합해 어렵다고 했지만, 사실 한 가지 개념에 불과하다”고 했다. 함수 그래프를 그리려면 세 개념이 전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서 명확하게 가르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최 센터장은 “이 문제가 킬러문항으로 지목된 이유는 EBS 표본조사에서 97.1%의 오답률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교육에서도 준비가 안 된 문제였던 것이다. 정상적인 공교육에서 풀 수 있는 문제인데, 공교육마저 킬러 문항에 집중해 이런 문제를 해석할 능력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고3 진학부장이자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김홍겸 교사(안산 광덕고)는 “수학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문제에 제시되는 조건의 정도에 따라 시간도 더 걸릴 수 있다”며 “단순히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는 문제를 떠나서,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가 공교육 현장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 등이 포함돼서인지, 단순히 계산이 복잡해서인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교사들을 통해 전해진 학생들의 혼란과 고민은 심각했다. 우진아 교사(대구 매천고)는 “고3 학생들은 수학 선택과목 중 ‘미적분’에서 킬러 문항이 많았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할지, 어디에 맞춰 공부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이러한 고민을 하는 건 고3, n수생뿐만이 아니다. 고3, 중3 자녀를 둔 남태일씨는 “대학 입시를 건드리는 건 고3에게 직격탄이지만, 그 영향은 아래로 내려가 중학생까지 미친다”며 “학부모로서 갑자기 (입시 관련) 이런 말이 나오고 출제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당혹스럽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교사 역시 쿠키뉴스에 “(수능 출제 방향 문제는) 사실 고3보다 고 1~2학년, 중학생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킬러 문항 논란을 넘어 공교육 정상화와 대입 제도 논의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진아 교사는 “킬러문항의 핀셋 제거로 시작된 대입제도 논의가 교실 속 학생들을 살리는 공교육 평가 시스템의 전환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영 교사 역시 “대입 선발평가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그 과정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점을 도출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윤정 교육부 기초학력진로교육과장은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는 수능의 원칙은 바뀐 적이 없다”며 “킬러 문항 사례 발표를 시작으로 수능 출제와 검토 과정들을 앞으로 개선하고, 앞으로 대입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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