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약 우체통에”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 확대…활성화 관건

“남은 약 우체통에”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 확대…활성화 관건

우체통 속 우편물 훼손 막기 위해 물약 제외
“서울시 873개 폐의약품 수거함 늘어난 셈”
자자체 협약 통해 전국으로 사업 확대 계획
지속 홍보 중요…“‘버리는 날’ 지정 등 뒷받침돼야”

기사승인 2023-07-03 06:05:05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우체통 모습.   사진=신대현 기자

“집에 안 먹고 모아둔 오래된 약들이 많은데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는 관공서까지 가기에는 멀기도 하고 귀찮아서 방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부터 폐의약품 봉투를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회사 근처에 있는 우체통이 생각났어요. 출근하면서 우체통에 넣으려고요.” (이종찬·30세·직장인)

세종시에서 첫선을 보여 효과를 거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시범 운영되는 가운데, 서울시를 포함한 각 관계기관이 사업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약사들은 사업의 성패가 홍보에 달렸다며 각 자치구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이달부터 서울도 회수 우편서비스 개시…세종시 5개월간 회수율 71%↑

폐의약품은 유효기간이 경과·임박한 약 또는 변질되거나 변질이 의심되는 약,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약을 일컫는다. 의약품은 땅에 묻거나 하수구에 배출하면 토양, 수질 환경오염을 유발할 위험이 크고 인체에 유입돼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분리 배출 후 소각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올바른 배출 방법을 몰라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등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생활계 유해 폐기물 관리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민 절반가량은 폐의약품을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고·파스류를 종량제봉투에 버린 시민이 46.5%에 달했고, 알약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처리한 경우도 43.2%였다. 시민 16.1%는 물약을 싱크대 또는 변기에 흘려보낸다고 답했다.

서울시 내 600여개에 달하는 폐의약품 수거함이 각 자치구 주민센터, 구청, 보건소, 복지관 등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지만, 수거함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이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올바른 폐의약품 처리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27일 환경부, 서울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환경재단, 우체국공익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달부터 서울 전역에서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올해 초 세종시에서 첫발을 뗐는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시행한 결과, 폐의약품 회수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폐의약품 우체통 배출 방법은 간단하다. 물약을 제외한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먹고 남은 의약품을 동주민센터, 보건소, 건보공단 지사에서 배부하는 전용 회수봉투 또는 일반 우편봉투에 담고 ‘폐의약품’이라고 적어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가까운 우체통 위치는 전용 봉투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찾을 수 있다. 폐의약품이 담긴 봉투를 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 집배원이 회수해 각 자치구에 전달하고 자치구가 처리를 맡는다.

수거 실적 취합…평가·논의 거쳐 제도적 기반 마련

사업에 참여하는 각 관계 기관은 사업 운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정사업본부는 서울시 전역의 우체국을 활용해 폐의약품의 회수 및 배송을 전담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통 속 다른 우편물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폐의약품 수거 품목에서 물약을 제외했다”며 “우체국 집배원들은 우체통 우편을 매일 수거하고 있기 때문에 폐의약품 회수에 추가 인력이 들어가지 않고 업무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와 서울시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 협약을 통해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분리배출 방법 홍보, 신규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 전용 회수봉투 및 부착스티커 배부 등을 담당한다.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폐의약품 전용 회수봉투 수량이 부족해 집에 있는 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해 우체통이나 수거함에 넣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서울 권역 건보공단 지사들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운영하고, ‘다제약물 관리사업’과 병행해 폐의약품 수거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10종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들의 약물 중복 복용과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약사가 직접 복약상담하고 불필요한 약물을 줄이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사업이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각 자치구를 관리·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원회수시설추진단 관계자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다르게 해석하면 폐의약품 수거함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 내 우체통이 873개이니까 873개의 폐의약품 수거함이 늘어난 셈이다”라며 “폐의약품을 분리해 버리고 싶어도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곳곳에 우체통이 설치돼 있고 연중무휴 24시간 언제 어느 때라도 버릴 수 있으니 폐의약품 수거함보다 접근성 면에서는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지키고 시민들의 편리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폐의약품 수거 장소를 확대해 나가고,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수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은 “세종시 폐의약품 수거 실적을 계속 취합하고 있다”며 “이제 서울시도 사업을 시작하게 됐으니 추후 성과 평가와 논의를 거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약사들은 사업 취지에 공감하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홍보와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초구 A약국 약사는 “폐의약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면서 사업을 지속하려면 꾸준한 홍보가 중요하다”며 “몇 월 며칠은 폐의약품 버리는 날로 지정한다든지, 사업 관련 포스터나 홍보물을 약국에 배포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기존 폐의약품 수거함과 함께 폐의약품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더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우체통 입구가 작아서 부피가 큰 봉투는 넣지 못하는 등의 미비점이 있다.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모니터링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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