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사각지대 놓인 교통약자…“편의성 우선돼야”

이동권 사각지대 놓인 교통약자…“편의성 우선돼야”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파파, 국토부 100대 증차 허가
-장애인 전용차량 배차 어렵거나, 대수 제한돼 불편
-숨어있는 교통약자 많아...이동 편의 확대돼야

기사승인 2023-07-05 06:00:09
파파택시와 파파크루(기사)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파파모빌리티가(이하 파파) 국토부로부터 100대 증차 허가를 받은 이후 교통약자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파파는 국내 교통약자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국토부에 280대 증차를 요구했지만 100대만 허가받은 상태다. 

파파는 휠체어용 차량을 도입해 교통약자의 이동 지원을 내세운 정보통신(IT) 플랫폼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다. ‘파파(PAPA)-교통약자를 위한 모든 이동’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휠체어 카를 예약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5일 현재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교통약자 수는 전체 인구의 30%인 1551만여명에 달한다. 지난 2016년(1471명) 대비 약 8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가 약 6만명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교통약자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영유아 동반자로 나뉜다. 이들은 주로 고령인 장애인, 영유아를 동반한 고령, 장애인에 준하는 거동이 불편한 청년 등 그 범위가 넓고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교통약자가 지역 내 이동 시 택시를 타는 비율은 2.7%에 그친다. 지역 간 이동 시에는 0.8%로 비율이 더 낮아진다. 

파파 휠체어 카 이용 모습.   영상=조은비 기자

교통약자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매 2등급 83세 언니를 간호하는 박옥경(73·가명)씨는 “치매로 언행이 다소 과격한 언니를 태워주는 택시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며 그간의 어려움들을 토로했다. 

지난 2월 외래 진료가 있어 언니와 집을 나선 박씨는 45분 동안 단 한 대의 택시도 잡지 못했다. 손이 아리는 추위보다 휠체어에 탄 언니의 탑승을 거부하는 현실이 더 추웠다고 했다. 

승차 거부가 이어지면 급한 대로 사설 응급차를 이용한 적도 있다. 왕복 약 17만원의 금액이 부담되는 날엔 승차 거부를 당할 줄 알면서도 언니와 택시를 부르러 나서곤 했다. 

박씨는 “치매 2등급인 언니는 온종일 누워 생활한다”면서도 “치매는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없어 사설 응급차나 택시 외에는 휠체어에 탄 언니를 옮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인의 소개로 휠체어카 서비스를 알게 돼 언니와 병원에 가는 두려움을 많이 덜었다”고 말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할머니와 함께 사는 최한솔(26·가명)씨는 “장애등급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장애 등급을 받더라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전용 차량 배차에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최씨의 할머니는 뇌경색·뇌출혈·뇌졸중 환자로 편마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장애를 동반한 편마비를 앓더라도 6개월 안에 호전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는 장애인 전용 차량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씨는 4개월째 파파택시로 할머니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다닌다. 다음 진료일에 맞춰 차량을 미리 예약할 수 있어 배차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라도 언제든 교통약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앞으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는 정책에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파 휠체어 카 내부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호출이 편리한 휠체어용 차량은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교통약자인 영유아의 이동권에도 보탬이 된다.

3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영희(43·가명)씨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큰 걱정은 내일 애를 누가 데리러 가냐는 것”이라며 “예전엔 부모님께서 아이를 돌봐주셨는데 몸이 안 좋아지셔서 지금은 파파택시 고정배차 서비스로 하원을 시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맘 김정희(45·가명)씨는 “어린 아이일수록 변수가 많아 하원 시간이 되면 항상 신경이 쓰인다”며 “아이가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안심이 되는 건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통약자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교통 약자들이 일반 택시를 이용할 때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고 파파택시를 이용하는 이유다.

김영태 파파 대표는 “장애·비장애인이 모두 탈 수 있도록 범용적으로 이용 가능한 차량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교통약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동경은 택시 4만5000대 중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이 1만5000대인 반면, 서울은 7만2000대 중 700대로 1%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은 교통약자를 위한 바우처를 시행하는 등 이동권 증진을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약자의 범위가 넓고 자격 요건이 상이해 사각지대에 머무는 교통약자들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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