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고 안 듣는다… 강력해진 ‘스몸비’, 교통사고 위험↑

안 보고 안 듣는다… 강력해진 ‘스몸비’, 교통사고 위험↑

기사승인 2023-07-09 06:05:01
횡단보도를 걷는 시민들이 이어폰을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 A씨는 출근길에 주변 소음 차단 기술인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으로 휴대전화 영상을 시청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발 빠짐 사고를 당해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다. 승강장에서는 ‘발 빠짐 주의하세요’라는 방송이 반복 재생됐지만, 이어폰을 착용한 탓에 듣지 못했다.

횡단보도 등 도로 위에서 휴대전화를 보면서 걷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이 매년 늘고 있다. 여기에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갖춘 이어폰과 헤드폰을 착용한 이들이 늘어나며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

보행자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길을 걷는다. 지난 2020년 서울연구원이 15세 이상 남녀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15~39세 시민의 비율은 84~87%에 달했다. 차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를 보면 횡단보도 횡단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이 14%였다.

도로 위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전방 주시율은 15%가량 감소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거리 감각은 평소보다 40~50% 떨어지고 시야 폭은 56% 좁아진다. 평소 보행자가 소리를 듣고 인지하는 거리가 14.4m이지만, 보행 시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땐 7.2m, 음악을 들을 땐 5.5m로 줄어든다. 또 스마트폰을 쓰며 걸으면 화면과 전방을 번갈아 보기 때문에 접근하는 차량을 알아채지 못해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엔 보행 중 이어폰까지 착용한 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빅데이터와 딥러닝 활용한 서울시 보행사고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보행 중 휴대전화 이용자 중 48%가 양쪽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쪽 이어폰만 착용하는 보행자도 21.6%에 달해, 약 보행자 70%가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이어폰 착용률이 높았다. 스마트폰을 하며 이어폰을 착용하는 20대는 65.3%를 차지했다.

보행 중 이어폰‧헤드폰을 착용하고 스마트폰까지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소음이 차단돼 위험 상황 시 대처가 어렵다. 유모(31‧여‧직장인)씨는 위험하다고 느껴 길 위에선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는다. 유씨는 “길에선 차 소리를 듣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는다”라며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은 주로 대중교통을 탈 때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길에서 위험한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권모(28‧여)씨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쓰고 걷다 킥보드와 자전거 치여 다칠 뻔한 적이 있다”라며 “헤드폰을 쓰면 소리가 안 들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에는 뒤를 돌아보고 확인하며 걷는다”라고 말했다.

도로 위에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지하철에서도 휴대전화를 보다가 발 빠짐 사고를 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발 빠짐 사고 136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의 57.3%가 20~30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 중 대부분이 휴대전화와 이어폰‧헤드폰 착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휴대전화 이용과 헤드셋 착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통안전이라고 하면 대부분 운전자에게만 집중한다”라며 “보행자들도 ‘저 차가 서겠지’, ‘날 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앞을 보고 걸어도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도로 위에선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말고, 이어폰‧헤드폰은 빼야 한다. 또 보행자 신호로 바뀌어도 차가 완전히 멈췄는지 확인하고 걷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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