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과는 달리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소비자 선호현상이 짙어지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투트랙’ 보급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그랜저 내수 판매량(6만2970대) 중 하이브리드는 3만3056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52.5%를 차지했다. 이는 내연기관 모델(2만9914대)을 1만대 이상 앞선 수치다. 반기 기준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내연기관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손꼽히는 간판 차종이다.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5만2830대) 대비 19.2% 늘며 전 차종 판매 1위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활용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등록된 하이브리드 신차는 15만11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9% 증가했다. 전체의 16.5%를 차지하는 수치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카이즈유의 상반기 중고 승용차 실거래 등록 통계를 봐도 하이브리드는 전년 동기 대비 20.7%의 성장 폭을 기록했다. 휘발유(4.6%), 경우(5.1%), LPG(1.0%)의 증가율보다 크게 앞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와 충전 시간 등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인식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제야 하이브리드차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전기차의 시대를 연 것은 맞지만, 지금은 순수 내연기관차가 하이브리드차로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에서 배터리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리튬, 코발트, 철 등이 유한한 자원인 만큼 100% 전기차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차 확대를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투트랙 전략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한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순수 내연기관차 생산은 억제하고,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개별 소비세 감면 연장’도 필요하다”며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한 박정환(37) 씨는 “친환경차 개소세 감면이 내년 말까지라 더 늦어지면 혜택을 못 받을까봐 구매했다”며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은 익숙한 시승감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주변의 조언으로 구매했는데 후회가 없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친환경차로, 전기차보다 진입 장벽이 낮지만, 금액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친환경차 개소세 혜택이 내년 이후에도 연장된다면 더욱 수요를 반영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