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지역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인력 채용 수요조사가 이뤄진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거쳐 매칭사업에 대한 구인·구직 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칭사업은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 지역 필수의료 공백, 지역 주민 의료 접근성 저하 등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1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의료체계 규제 혁신방안’의 세부 추진 과제 중 하나다.
정년을 맞아 의료 현장을 떠났지만 복귀 의향이 있거나 또는 퇴직 전 이직을 희망하는 의사와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 소재 공공병원을 연계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연계 체계를 보면 중앙의료원이 공공병원 구인정보를 수집·검토해 의협에 전달하면, 의협은 보유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활용해 적정 인력을 연계해 중앙의료원으로 회신한다. 이후 중앙의료원은 연계된 인력과 근무할 공공병원 간 근로조건 조율 등 컨설팅을 거쳐 업무 재진입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사업에 대한 지역공공의료기관의 관심은 높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35곳을 포함해 △적십자병원 6곳 △보훈병원 6곳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 9곳 등 총 56곳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니어의사들도 참여 의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의협이 전국 60세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328명 가운데 58.1%가 ‘은퇴 후 보건소·보건지소·지방의료원 등 공공기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지역 필수 의료인력 부족의 심각성과 ‘응급실 뺑뺑이’ 등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뜻을 같이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복지부와 의협, 중앙의료원은 지난해 10월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관련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더불어 지난 1월 의협과 중앙의료원 간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해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관계기관 협의체 회의를 가져 최종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 추진 일정과 기관별 역할 분담, 협조 사항 등을 논의했다.
“제도 한계 감안한 보완책 필요”…재교육·유연근무 등 제시
의협은 매칭사업 시행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중앙의료원이 진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며 제도를 전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이 때문에 정년퇴임한 의사라도 의료 현장에서 충분히 활동할 역량이 된다”며 “의료업은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나이가 있어도 경험이 충분하다면 환자를 보는 과정에서 진단의 정확성과 치료의 적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제도가 성공하려면 의료기관의 인프라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인력이 있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홍보이사는 “의료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수도권의 빅5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의료인력을 심어놓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의사의 역량은 충분한데 근무 환경이 열악하면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도록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공병원도 필수 의료와 전공의 수련교육 등을 담당하는 의료인력을 선발해 각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공공임상교수제와 더불어 매칭사업이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했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전국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형편인데 지역공공의료기관은 존폐가 우려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며 “의사인력 부족 대안으로 나온 게 은퇴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인데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겠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매칭사업의 한계보완책으로는 ‘재교육’을 제시했다. 대학병원 교수 중에는 전공의 등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거나 의료 현장을 주로 지휘하는 역할만 한 교수도 있기 때문에 차트 작성, 환자 면담, 드레싱 등 기본적인 치료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적화된 근무 환경 조성과 함께 일의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원장은 “대부분의 은퇴의사는 경제적으로 풍족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보상보다는 일의 보람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며 “정부와 공공병원이 은퇴의사들에 대한 예우를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시니어의사들은 체력적으로 야간당직 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근무 형태는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매칭사업이 아직 시행 전이라 성패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보완점이 필요하다면 의견을 수렴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의료인력 부족은 공공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해결하려면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 해결책으로 매칭사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매칭사업을 좋은 정책으로 여기고 정부도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의협과 계속 소통하며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