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리플, 90% ‘떡상’ 속 담긴 의미는 [알기쉬운 경제]

가상자산 리플, 90% ‘떡상’ 속 담긴 의미는 [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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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3-07-19 06:00:07
쿠키뉴스DB.

가상자산 리플이 뜨겁습니다. 지난 13일 612원에 거래되던 리플이 하루 만에 급등, 1125원을 기록하며 최대 90%까지 폭등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가상자산이 급등하는 일이 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함께 리플은 ‘가상자산 삼대장’에 해당될 만큼 오랫동안 거대한 시가총액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가상자산들이 수십%대의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이처럼 리플의 가격이 폭등한 이유는 리플을 발행하는 회사인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년 넘게 진행돼 온 소송에서 사실상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랩스가 당국의 허락 없이 증권을 판매했다며 증권법 위반 혐의로 리플랩스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SEC는 XRP(리플)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발행·유통 과정에서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리플은 관련 규정을 SEC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요소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투자자들이 리플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리플을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할 때는 연방 증권법에 따른 투자 계약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유통 시장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증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죠.

17일 기준 리플의 차트 내역.   업비트 홈페이지 캡쳐.

리플에 대한 이번 판결은 미국 ‘하위(Howey) 테스트’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은 하위 테스트에 따라 증권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위 테스트는 △투자자금 △공동의 사업 △타인의 노력이 반영되는지 여부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 등 4가지 기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은 증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리플을 상장 폐지할 근거가 사라졌고,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가 2020년 당시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던 리플을 재상장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죠.

또한 SEC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를 기소한 근거도 약해졌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앞서 SEC는 리플랩스 제소 이외에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일부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거래소들이 ‘미등록 증권’의 거래를 지원했다며 증권법 위반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거래소들이 증권 거래를 지원했다는 주장도 효력을 잃게 됐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업계를 상대로 한 강력한 규제 도입에 대한 방향성이 어느정도 낮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저스틴 다네단 키록 아시아 사업 개발 책임자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공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이 법적으로 증권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진 것은 엄청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미국 법원은 기관을 대상으로 한 프리세일, 블록딜에 대해서는 증권성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법적 공방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판결 이후 SEC는 항소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SEC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법원이 특정 상황의 XRP 판매가 증권법을 위반하는 투자 계약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항소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번 약식 판결에 대해 리플의 판정승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어질 2라운드의 법적 판결이 가상자산 부흥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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