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를 결정하고 국내 카드사들과 재계약할 예정이라고 지난 19일 밝혔다. 카드사와의 세부 계약 기간과 조건 등은 비공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이 참여한 앱카드협의체와 계약을 맺고 국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무료로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카드사에 라이선스 비용만 1년에 한 번 지불했지만, 삼성페이에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단체 계약을 체결한 뒤 매년 자동연장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 국내 결제시장에 애플페이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페이가 제휴한 현대카드로부터 수수료 0.15%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결국 지난 5월 카드사들에게 ‘8월10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수수료 유료화 가능성이 불거졌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6월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 실무 담당자들과 만나는 등 유료화를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결국 선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2금융권의 금융감독원 발(發) 상생금융 릴레이에 찬물 끼얹는 모습을 연출하기 부담스럽지 않았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금리가 높은 대신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에게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서민 자금공급’ 역할을 담당한다. 또 가맹점 90%가 소상공인으로 이뤄져 있다. 상생금융을 외면할 래야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은행권을 순회하며 상생금융을 독려한 데 이어 제2금융권에도 동참을 독려했다. 지난달 29일 22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은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롯데카드, 현대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상생금융 릴레이에 동참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업계 중 가장 먼저 상생금융을 발표했다. 이 원장은 “현재 소상공인은 새로운 대출을 받기도, 기존 채무를 상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금융회사들이 ‘비올 때 우산 뺏기’ 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페이마저 건당 수수료 0.15%를 부과하게 된다면, 700억~1000억원에 달하는 연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카드사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던 무이자 할부나 각종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수수료를 받자는 의견, 받지 말자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들었다”면서 “애플처럼 외국 회사도 아니고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서 페이 수수료까지 받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카드업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국내 여론 악화를 감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페이가 언제든 다시 유료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래 기존 계약에서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재계약일인 8월10일 1달 전까지는 양측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삼성 쪽에서도 막판까지 고민했다는 뜻”이라며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앞으로도 계속 수수료를 받지 않을 거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번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충분히 유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