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지난달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가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약 345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사들은 각자 장점들을 내세워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에 적립된 전체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 345조8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31조7240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이 중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의무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금융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사전에 지정한 옵션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의무화됐다. 특히 IRP가 지난해까지 700만원이던 세액공제 한도가 올해부터 900만원으로 확대돼 ‘세테크’ 상품으로서의 매력도 한 층 높아진 상태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5대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중 은행에 179조3882억원으로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은행권의 78%, 전체 40%가 넘는 140조2638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디폴트옵션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9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상품 적립액 1조1019억원 중 88.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해당 기간 신한은행이 적립금 약 3333억원을 확보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 3117억원 △하나은행 1478억원 △농협은행 1203억원 등 순이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637억원으로 가장 적은 적립금을 기록하면서 5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각 시중은행들은 운용 기간 이뤄낸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1위’라는 강점을 내세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엔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하고, 퇴직연금 가입 고객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서비스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수익률 1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호’ 상품의 수익률은 3개월 5.83%, 6개월 14.16%다. 이는 증권·보험사를 포함해 전체 고위험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나머지 은행별 고위험 포트폴리오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을 보면 △하나은행 9.56% △신한은행 9.29% △농협은행 8.31% △우리은행 7.90%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약 5400회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과 우수펀드 및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며 “이번 높은 수익률은 고객의 투자 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의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 금융권 중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고 홍보에 나섰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난 2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액수가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은 연금자산관리 유튜브 세미나를 개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Q&A 코너를 통해 생방송에서 퇴직연금 자산 관련 정보와 설문 참여로 소정의 경품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디폴트옵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디폴트옵션을 운용하는 고객들이라면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익률을 위해 공격적인 상품 운용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시중은행들이 저마다 차별화 된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