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의 제약사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속 가능 경영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 기류인 ‘넷 제로(net zero)’에 동참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넷 제로는 ‘탄소 제로’라고도 일컫는다.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국내 제약 업체 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체제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태양광 자가 발전 등 대체 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최초로 지난해 11월 글로벌 친환경 이니셔티브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했으며, 글로벌 공급망 ESG 평가 ‘에코바디스(EcoVadis)’에서 상위 5% 기업에 수여하는 ‘골드’ 등급 획득하는 등 세계적인 조사 기관들로부터 ESG 경영 실천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ESG 경영 전략 중에서도 탄소중립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탄소 배출로 인한 재정 손실 축소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제약사를 비롯한 산업계에 온실 감축을 위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업체들은 친환경 운송 방안 수립 등 발 빠른 탄소중립 이행안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과 수출 계약을 맺기 위한 과정에서 탄소중립 전략 수립·이행 역량은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경쟁사 대비 전 세계 대형 제약사들로부터 가장 많은 계약을 따냈다. 상위 제약사 20곳 중 13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는데, 꼼꼼한 ESG 경영 전략이 계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장기 계약을 갖는 경우가 많아 공급사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기업인지 세심하게 보는 편이다. 적극적인 탄소중립 전략이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SG 경영을 통해 재정 손실을 줄일 수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공개한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에 보면,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재정 손실을 최대 1조200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끼리 오염물질 배출 권한을 사고파는 제도다. 의무적으로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적게 배출했을 경우 초과로 배출한 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손실이 최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 얻게 되는 재무적 효과가 큰 만큼 향후 더 주력해야 할 부분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량은 물론 수출 확대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
간접 배출은 전력 사용 같은 외부 요인에서 생긴다. 매출이 늘어나면 간접 배출도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5% 늘었는데, 배출한 온실가스도 22.5% 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공급망 부분이 크다보니 관리를 해도 매출이 확대되면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제어하기 어렵다. 다만 이를 축소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수출 계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6곳과 공동으로 구성한 ‘지속 가능 시장 이니셔티브(SMI)’ 내 헬스 시스템 태스크포스가 대표적이다”라며 “이를 통해 공급망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한 8가지 구체적인 이행안을 제시하는 등 탄소배출 저감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