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교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두고 교육계와 현장 교사들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하는 동시에 교사들을 만나는 간담회 등이 연일 진행되고 있다. 지난 2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보호‧회복에 대한 현장 교원 간담회를 열고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부작용 때문이라는 관점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27일 저경력 교사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장 교사들과 만남을 약속했다.
진보 교육감들 역시 7개 시·도교육청에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인권조례 존재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와 장치가 부재한 것이 문제”라며 “현재 교육계에서 나오는 대응책을 보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17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도 “(주변 교사들의 이야기를 보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은 교권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는 해결 방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교사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부딪치는 문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지난 24일 공동 성명문을 통해 “학생 인권을 강조할수록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 인권을 제한하면 교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생과 교사 간 권리 충돌 문제가 아닌 교육 현장에서 합리적 처리시스템 부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초등교사 B씨는 “학생인권조례의 문제가 아닌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 행사를 방해하는 아동학대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들도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장 교사들의 시선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아동학대법 개정에 쏠려 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전국 교사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3.8%(2만3450명)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 우선 과제로 아동학대법 개정을 꼽았다. 교사들이 원하는 아동학대법 개정 세부 사항으로는 정당한 지도에 대한 신고 불가와 무고죄 강경 처벌이다. 이모(17년차 교사)씨는 “조례보다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행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법이 개정되길 바란다”라며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걱정 없이 정당하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아동학대법 개정에는 정부와 교사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그 방식을 두고 의견이 나뉜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무분별하게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못하도록 절차를 추가하려고 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4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 계획’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 후 조사 전 교육청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작 교사들은 아동학대 무고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한 초등학교 15년 차 교사 A씨는 “아동학대죄로 고발해도 무고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악용되는 것”이라며 “악의적으로 근거 없이 신고하는 상황을 방어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