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강윤지 보험연구원(KIR) 연구원이 KIRI리포트에 실은 ‘글로벌 폭염 보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19세기 후반 평균보다 1.2°C 상승하며 극심한 더위로 인한 물리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유엔과 적십자의 공동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인 38건의 폭염으로 7만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지구 기온이 2°C 상승할 경우 폭염 발생률이 14배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오는 2030년에는 폭염으로 인해 농업 종사자 근로 가능 시간이 현재의 약 4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또 2045년까지 세계 식량 싱산량 3/4가 폭염으로 인한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20년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20년 기준 세계 GDP 약 2%이고, 2050년에는 4%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보험업계 최초로 스미모토 생명에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열사병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스미토모 생명의 보험은 보험료가 1일 100엔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같은달 29일부터 3일 연속 6000건 이상의 열사병 보험 계약이 체결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손포 재팬에서는 23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던 열사병 입원 및 사망 환자 상해보험 특약을 지난해 7월부터 전 연령대로 확대했다. 뿐만 아니다. 도쿄해상은 지난달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와 제휴해 열사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 보험금 지불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일본 최초로 출시했다.
인도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인해 일용직 노동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 대상의 파라메트릭(미리 정해진 변수와 모형에 따라 보험금을 정하는 것으로, 손실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운 홍수나 재해 손실에 대비한 보험이나 농작물보험에 적용되고 있다) 보험이 출시됐다.
지난해 인도 일부 지역은 기온이 49°C 이상으로 치솟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인도에서의 폭염 발생률이 약 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가사와 노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폭염을 피해 유연하게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강 연구원은 “폭염으로 인한 농업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파라메트릭 보험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영국 보험사 엔에프유 뮤추얼(NFU Mutual)도 영국 최초로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한 폭염 피해 보상 파라메트릭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여름철 온도 및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하게 되면 각 농장의 위험도와 예산에 맞춤화된 보험금이 지불되는 방식이다.
농화학기업 코르테바 아그리사이언스(Corteva Agriscience)는 특수 카놀라 종자를 생산하는 캐나다 Nexera지역을 대상으로 작물이 파종되는 즉시 열 측정을 시작하고 위성으로 폭염 피해 규모를 확인해 에이커(Acre) 당 5달러에서 최대 100달러를 지급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츠(ReserchAnd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 보상을 포함한 글로벌 파라메트릭 보험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214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연평균성장률은 9.6%로 예상된다. 위험 예측이 어려운 농업 및 자연재해의 국가 및 지역 간 보장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