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2016년 은행권 ELS 사태의 재현이다. 그 당시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던 ELS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전문가들은 내년 1~2월 수조원대 원금손실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선진국 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의 내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3조5777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9조371억원, 하반기 4조5406억원 규모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ELF와 ELT 형태로 판매했다.
ELS는 지수 및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기초자산이 한번이라도 낙인(Knock In) 가격에 도달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낙인이 60%인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40%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낙인에도 만기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수익상환 조건을 만족하면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우려가 제기되는 ELS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2021년 1~2월 발행된 상품들이다. 홍콩H지수의 경우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7월 28일 종가 기준 6800대 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ELS의 만기는 통상 3년으로 2021년 2월 발행된 물량은 내년 2월 만기를 맞이하게 된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5000대 까지 떨어진 바 있어 2021년 1~2월 발행된 ELS는 대부분 낙인을 터치한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반응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투자자는 “낙인찍고 내년 4월 만기인데 홍콩H지수가 몇 달째 박스권에 갇혀 계속 그 자리”라며 “두려움도 밀려오고 현재 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 역시 “(내년 만기 수익상환 조건이 홍콩H지수) 9000 초반”이라며 “하필 그 해에 천단위로 몇 개 들어가 있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1~2월 홍콩H지수가 8000선까지 상승하지 않으면 조단위 투자금액이 원금손실 상황에 놓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략 2021년 1~2월 발행된 홍콩H지수 ELS가 3조원가량 된다”며 “내년 1~2월 만기가 돌아오는데 통상 기초자산의 가격이 60%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홍콩H지수가 7000 중반에서 8000선까지 상승해야 손실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홍콩H지수 ELS 투자가 후회스럽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한 투자자는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한 ELS는 투자를 피하려고 했는데 수익률 1~2%가 커보여 투자했다”며 후회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홍콩H지수는 2015년 4월 1만4000대까지 상승했지만 2016년 2월 8000대까지 하락하며 ELS 투자손실 우려를 불러온 바 있다.
전문가들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한 ELS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연구원은 “ELS투자는 기초자산의 안정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종목보다 지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더라도 변동성이 큰 홍콩 지수 보다는 S&P500, 닛케이255 등 선진국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ELS를 가져와 ELF와 ELT 형태로 판매한 은행권은 만기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과거 2016년에도 만기까지 남은 시간동안 홍콩H지수가 상승하면서 원금손실 위기를 벗어난 이들이 많다”며 “내년 1~2월 만기가 돌아오기까지 6개월 가량 남은 만큼 지수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