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망 교사, 학생 지도·학부모 민원에 어려움 겪어”

“서이초 사망 교사, 학생 지도·학부모 민원에 어려움 겪어”

교육부·서울교육청 합동조사결과 발표

기사승인 2023-08-04 17:45:2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달 18일 숨진 채 발견된 초임교사는 학기 초부터 학급에서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필 사건에 등장하는 A, B학생도 어떻게 보면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이고, 이 두 학생 말고 지속적으로 기록이나 면담에 등장하는 학생 2명이 더 있다”며 “동료 교사 증언에 따르면 C학생과 관련해 고인이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진술이 있다. D학생은 가위질하다 난동을 부리고 2~3일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등 폭발하는 경우가 있어 (고인이) 불안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학교 폭력 사안과 관련해 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한 사실 등 언론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불리는 학폭 사안은 지난달 12일 고인의 학급에서 수업 중 발생했다. 당시 A학생이 B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B학생이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다만 이 사건은 학교에 학폭으로 신고·접수되지 않았다.

이 사건이 벌어진 날 학부모는 고인의 휴대전화로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고 동료 교사들은 진술했다.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동료 교사들은 전했다. 다만 해당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된 경우와 통화로 담임 자격 시비 등 폭언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전해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이초가 사건 직후 학교장 명의로 배포한 입장문 내용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은 고인이 담당한 학급의 담임교사가 교체된 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올해 초부터 담임교사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1학년 학급 담임으로 배정된 것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를 맡은 것은 고인의 1지망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다.

입장문 초안에 있었던 ‘연필 사건’ 내용이 학부모 요구로 최종본에서 빠졌다는 의혹에 대해 합동조사단은 다른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니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는 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학교가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SNS에서 거론된 정치인 가족은 고인의 학급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합동조사단은 “동료교사 면담 결과 올해 학급과 교실 배정은 무작위, 소위 제비뽑기로 결정됐음을 확인했다”면서 “고인은 수업 공간 부족에 따라 불가피하게 비선호하는 교실을 배정받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며 애도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와 별도로 합동조사단은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41명 응답)으로 지난달 27~28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과 항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명이나 있었다.

응답자의 49%는 교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해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를 위해서는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을 제안했다. ‘부정응학생 지도’를 위해 △학부모 책임 강화 △상담·치료 적극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급 내 정치인 가족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과 대조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학교가 친조부모·외조부모의 직업·이력을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명이 거론된 정치인의 가족은 없다고 추정한 것으로,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다.

고인에게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조사 결과 밝혀졌다. 다만 고인이 수엽 여건이 좋지 않은 비선호 교실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며, 이유는 수업공간이 부족해서다.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브리핑에서 “서이초는 주변에 재건축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과밀학급이 됐다. (교실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한 공간을 찾다 보니 급식실 공간을 조정해서 일반 교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세워 가겠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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