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경영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정부는 비상 경영 관리 위원회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뱅크런 사태를 벗어나 안정세를 찾아가는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현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받는 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으며,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라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중앙회장 당선을 위해 명절 선물과 골프장 이용권을 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수천만원의 변호사비가 소요됐고, 이를 새마을금고로부터 거액의 출자를 받은 한 사모펀드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박 회장의 자택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지난 3일에는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후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에 거액의 자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의 비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3000억원대 펀드 자금 출자를 알선해 주는 대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캐피털 업체 부사장과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부 차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박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박 회장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지만 향후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 경영 관리 위원회’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 경영 관리 위원회는 행정안전부가 주도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정부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고객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예금 유입이 늘면서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회장 업무가 상당수 상근 이사들에게 위임되어 있어 경영에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동부지검은 영장 기각 직후 입장문을 내고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이고 지속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해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법원에서 증거인멸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보다 적은 금액을 수수한 새마을금고 직원도 구속기소 돼 실형이 선고됐다”며 “균형도 맞지 않기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