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의 잇따른 금융사고에 소비자보호의 총괄 책임자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에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4인이 받아온 소비자보호 평가 결과를 살펴봤다.
11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따르면 차기 회장 후보는 현재 총 6명이다. 박정림 총괄부문장, 양종희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허인 부회장 등 내부 후보 4명과 외부 후보 2명이다. 외부 후보 2명은 향후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될 경우 공개된다.
먼저 박 총괄부문장은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그가 취임한 첫해 KB증권의 소비자보호 실태를 평가한 결과 종합등급 ‘미흡’ 평가를 내렸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매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KB증권이 2019년 ‘미흡’ 등급을 받은 것은 사모펀드 사태 때문이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한 대신·신한금투·KB·NH증권의 종합등급을 ‘미흡’으로 평가했다.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주기제 시행에 따라 박 총괄부문장 임기 내 평가 결과는 2019년이 유일하다.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는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5개 등급으로 평가된다. ‘우수’, ‘양호’는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인 반면 ‘보통’은 소비자보호 체계의 실제 운영에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미흡’은 소비자보호가 부분적 또는 형식적으로 이행되고 있고, ‘취약’은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결과다.
양종희 부회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 대표를 역임했다. KB손보는 2018년과 2019년 종합등급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2020년 ‘보통’으로 하락했다. KB손보는 2020년 상품개발 및 상품판매 관련 소비자보호 체계, 소비자 보호를 위한 민원시스템 및 공시 관련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등급이 내려갔다.
2016년과 2017년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는 종합등급이 나오지 않는다. 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은 2018년 대상 평가부터 매겨지고 있다. 다만 KB손보는 2016년 평가에서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2개 항목에서 ‘보통’, 8개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2017년에는 ‘보통’ 1개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양호’ 등급으로 평가됐다.
이동철 부회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카드 대표로 활동했다. KB국민카드의 평가결과는 2018년과 2019년 모두 ‘양호’ 등급으로 나왔다. KB국민카드 역시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주기제 시행에 따라 2019년 이후 평가 결과가 없다. 이에 이 부회장은 임기 중 모두 ‘양호’ 등급을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허인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우수’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9년 평가 등급이 ‘보통’으로 하락했다. 이는 2020년 평가에서 다시 ‘양호’ 등급으로 회복됐다. 종합등급이 나오기 전인 2017년에는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보통’ 1개 항목, ‘양호’ 6개 항목, 우수 3개 항목을 받았다.
2019년 평가등급이 ‘보통’으로 하락한 원인은 고객 민원에 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민원이 늘고 민원 처리 기간이나 자율조정성립률 등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아 등급이 내려갔다. 그나마 같은 해 DLF사태 등으로 ‘미흡’ 등급을 받은 신한·하나·우리은행 보다는 높은 등급이다.
KB금융 회장 후보들의 소비자보호 평가를 살펴본 결과 ‘우수’ 등급은 1회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양호’ 이거나 ‘보통’에 머물렀으며, 사실상 낙제점으로 평가되는 ‘미흡’ 등급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소비자보호에 CEO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내부통제 제도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변화가 아닌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꿔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도 CEO의 중요 과제로 소비자보호를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보호 보다는 성과 위주의 경영이 강조됐지만 이제 소비자보호 실패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졌다”며 “소비자중심의 경영이 경영진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