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지난 11일 기준 연 4.407%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3%대를 유지하다가 5월 4.010%대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다. 여전채 발행으로 대출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여전채 금리 상승…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불러왔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전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미래 경제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아지면, 채권 매수 수요가 낮아진다.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적어지면 가격이 자연히 내려간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채권 금리는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발행규모를 늘리겠다는 발표, 그리고 일본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연중 최저인 3.3%를 찍은 뒤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일 연중 최고치인 약 4.1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한국 채권시장 금리도 시차를 두고 동반상승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안정적이고, 발행 물량이 적은 은행채에 수요가 몰리고 여전채는 금리를 높게 책정해야 시장에서 소화가 되는 구조다.
카드사 부담 가중…카드론 금리 상승과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져
조달비용 상승은 곧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취약차주 이자 부담 가중을 초래하는 셈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카드 등 8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대는 12.88~14.76%로 15%대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다. 무이자 할부, 알짜카드 단종 등 소비자 혜택 감소로도 귀결된다.
이미 상반기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 든 카드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과도한 가계부채 등으로 대손비용률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하락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분기 전업 신용카드사 합산 당기순이익은 5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다. 동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2%로 전년 동기(2.0%) 대비 0.8%p 하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물가상승률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 금융불안 요소들이 산재해있다”면서 “하반기 특히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금융업권 간 위험의 전이 가능성이 높아 취약차주 익스포져(대출·보증부실)가 높은 금융업권율을 필두로 자산건전성 저하세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드사들이 위험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좀 더 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손충당금 적립액 대비, 실제 적립된 충당금 수준은 올해 1분기 중 106.4%에 불과하고, 오히려 전년동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면서 “금리 상승, 연체율 증가 등 위험요소가 많은 만큼 좀 더 보수적으로 적립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