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압구정현대·잠실주공·개포주공 등 강남개발 1세대 상징이자 준공 44년 차의 재건축 유망주다. 그러나 안전진단·도로계획·정부규제·주민갈등 등 부침으로 번번이 미뤄졌다.
지지부진했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비로소 첫 단추를 꿰는 분위기다. 은마아파트는 오늘(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연다. 2003년 추진위원회를 세운 지 20년 만이다. 총회에서 상정될 안건은 △정관 확정 △상가 독립정산제 업무 협약서 △조합 임원·대의원 선임 등 11건이다.
이재성·최정희 2파전…부재자⋅우편 투표권 확보 관건
재건축 사업을 이끌 집행부 선임이 총회 관전 포인트다. 이날 조합장 1인, 조합임원으로는 감사 1인·이사 5명을 뽑는다. 이중 누가 조합장이 되느냐가 관심사다.
이재성 은마소유주협의회 대표와 최정희 은마재건축추진위원장이 입후보했다. 이 후보는 30년 건축 전문가다.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은 △2년 내 이주 △31평형 신설 △동일평형 분담금 환급 등이다.
최 후보는 초등교사 출신이며 현직 재건축추진위원장이다. 최 후보는 △2년 내 이주 시작 △미리 보는 모델하우스 △분담금 낮추기 △고급화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최 후보는 다만 약점이 있다.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소사건에 노출돼 있고 도시정비법 등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다.
한 주민은 “후보마다 강점이 뚜렷하다. 1번은 전문가고, 2번은 현직 추진위원장이라 대등하다”며 “말 그대로 여당, 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재자 투표, 우편 투표 비중이 많고, 내일 현장투표까지 있다 보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은마 재건축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조합장 비리가 심해서 입주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투명한 조합장을 원한다. ‘31평형 선택권 보장’도 선거 당락을 결정할 주요 공약이다.
또 다른 주민은 “이전 조합장이 일을 안 했다. 돈 낭비만 했는데, 최정희 후보가 추진위원장 되면서 냉수시설이랑 수도 녹물 나오는 거 고치고, GTX-C 지하통과 반대 대모도 했다. 힘 많이 썼다”라면서도 “그것과 재건축은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은마에 31평, 34평 아파트가 많다. 31평이 2000세대 이상인데, 31평을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 내용을 빼버렸다. 그래서 31평 집주인들이 (조합장 선임을) 반대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성 후보 “명품 은마 위해 최선”
총회 전날(18일) 이재성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명품 은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추진위에서 조합이 설립되기까지 주민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고 조합 설립 이후엔 각종 인허가 단계를 진행하고, 도면을 검토하고 건축공사를 지시, 감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라며 “경력을 살려 강남권 랜드 마크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비계획에서 31평 소유자가 원하는 평형으로 갈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맹점”이라며 “이 경우 대형 평형을 배정받으면 10억 원에 가까운 분담금 부담으로 현금 청산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이 되면 정비계획을 바꿔서 소유주가 원하는 평형을 가지도록 변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시공사 선정 가능성도 열어놨다. 시공사는 2002년 삼성물산과 GS건설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가 선정”이라며 “시공사가 두 곳 중 한 곳일 수 있고, 경쟁 입찰로 선정할 수 있다. 타사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오르내린 부실 시공사도 경쟁 입찰 전에 충분히 체크해서 입찰을 부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부재중으로 만날 수 없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