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10% 넘게 감소했다. 전업 카드사 순이익은 △2019년 상반기 9405억원 △2020년 상반기 1조1181억원 △2021년 상반기 1조4944억원 △2022년 상반기 1조6243억원 △2023년 상반기 1조4168억원으로 나타났다.
총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증가로 카드사 실적은 악화됐다. 일단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떨어졌다. 삼성카드는 2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KB국민카드 21.5%, 우리카드 38.7%, 하나카드 38.8%, 비씨카드 71.6% 각각 감소했다.
주요 카드사 중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뿐이었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3060억원으로 전년 동기(1772억원)보다 72.7%가 늘었다. 현대카드 순이익도 157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 늘었다. 다만 롯데카드의 경우,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이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상반기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지난 3월 카드업계 최초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와 단독 파트너십을 체결 등 신규 사업 추진으로 실적이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회원 수도 크게 늘었다. 6월 말 기준 현대카드 누적 회원 수는 1179만명으로 업계 3위로 올라섰다.
고객들의 상환 능력과 직결돼 카드사 실적을 좌우하는 연체율에서도 현대카드는 안정적 모습을 보였다. 6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연체율은 1.53%에 달한다. 1년 사이 0.49%p나 급증한 것이다.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연체율 0.82%로 2분기 연속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대카드의 좋은 실적이 타사가 리스크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일제히 늘린 데 반해, 현대카드만 줄인 착시효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상 별도로 분리해 설정해두는 금액을 말한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당기순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이 일제히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지만 현대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대카드는 건전성 중심의 금융상품 운영으로 대손상각비가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전년 말 대비 상반기 현대카드의 금융 취급액은 1조8655억원으로 29.4% 줄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부실 위험을 막기 위해서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한다던지, 더 깐깐하게 운영하면서 취급하는 금융 규모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