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제한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영업일 만에 주요 시중은행의 판매액이 1조원 가량 급증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은 오는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경남은행은 내부적으로 연령대별 사용 목적을 분석하고 나이 제한을 검토한 후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판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여기에 앞서 NH농협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의 판매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2조원 한도 특판 상품으로 기획했고, 한도 소진에 따라 일단 판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추가 판매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가 중단되거나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절판 마케팅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50년 만기 막차 타야 합니다’, ‘막히기 전에 서두르세요’라는 제목의 대출을 권유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들의 판매액도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개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815억원이다. 이는 18일 2조3600억원으로 증가한다. 광복절 연휴를 고려하면 6 영업일 만에 1조원 가량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판매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지 못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동일한 DSR 규제 아래 더 많은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연봉 6000만원인 직장인이 40년 만기 주담대를 받으면 한도가 4억1000만원이지만, 50년 만기일 때는 4억4000만원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월상환 부담이 줄고 중도상환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폐지 및 축소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결과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소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애먼 곳에서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의 본질적 원인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 데 있다”며 “그 결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집값이 다시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년 만기 주담대 규제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