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이번 달 24일 기준 2조8867억원이다. 지난 달 말보다 2조21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매달 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해 ‘34세 미만 연령 제한’ 등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50년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대출에 금융당국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의 ‘2023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68조 1000억원으로 6월(1062억 3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한달 전보다 6조원 급증했다. 7월 증가폭(6조원)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3명의 감사인원(은행감독국 2명·은행검사국 1명)을 각 은행에 파견해 △ 대출 규제 준수 여부 △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심사 적정성 △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 △ 고정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 가계대출 관련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부터 34세 이하 연령 조건을 추가했다.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BNK부산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우회 규제를 막기 위해 DSR 계산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은행권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