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20부작 승부수, 디즈니 자존심 살렸다

‘무빙’ 20부작 승부수, 디즈니 자존심 살렸다

기사승인 2023-09-02 00:00:02
‘무빙’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즈니+가 드라마 ‘무빙’ 흥행으로 체면을 차렸다. 동명 웹툰을 각색한 ‘무빙’은 그간 공개된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가장 긴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해외에서도 점차 입소문을 타는 모양새다. 외신에선 2020년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도 비견된다.

‘무빙’은 초눙력을 가진 부모 세대와 그 재능을 물려받은 자식 세대가 힘을 합쳐 거대한 위험에 맞서는 이야기. 지난달 9일 1~7화를 공개한 후 매주 수요일 2개 에피소드를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강풀 작가가 2015년 카카오웹툰에 연재한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강 작가가 드라마 대본도 직접 집필했다. 비행, 신체 재생, 괴력 등 초능력을 구현해야 해 후반작업(CG)에만 2년여가 걸렸다. 제작비로만 500억원 상당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6~10부작이 대부분인 여느 OTT 드라마와 달리 ‘무빙’은 20부작으로 호흡이 길다. 12~16부작 중심의 TV 드라마와 비교해도 서사가 방대한 편이다. 초반 7개 에피소드를 신인 배우 중심으로 꾸린 점도 도전적이다. ‘무빙’엔 조인성·한효주·류승룡 등 톱 배우가 대거 출연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본격화하는 건 8화 이후부터다. 초반 에피소드는 고등학생 김봉석(이정하), 장희수(고윤정), 이강훈(김도훈) 등의 학교생활을 보여준다.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은 연기 경력이 5년 안팎인 신예다.

‘무빙’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런데도 ‘무빙’이 흥행한 데는 서사의 힘이 컸다. 해외에선 “호소력 짙고 탄탄한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한다”(미국 포브스)는 평이 나온다. 하이틴 로맨스, 액션, 멜로, 느와르, 고어 등 각 에피소드 주요인물에 따라 장르적 재미가 달라지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종합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IGN은 “생존 게임에 반자본주의정서와 가족 드라마를 결합해 세계를 정복한 ‘오징어 게임’처럼, ‘무빙’도 여러 장르를 매끄럽게 혼합했다”고 봤다. 사용자 1600여명이 참여한 글로벌 콘텐츠 비평 사이트 IMDb에서 ‘무빙’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8.5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유명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관객 지수가 98%를 기록했다.

최종화 공개까지 한 달여가 남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선 벌써 후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웹툰의 경우, ‘무빙’ 세계관이 방대하다. 강풀 작가의 또 다른 히트 만화 ‘타이밍’과 ‘브릿지’와도 세계관이 연결된다. 애초 강풀 작가는 또 다른 후속작 ‘히든’도 선보이려 했으나 드라마 집필을 시작하며 공개 일정이 미뤄졌다. 최근 서울 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브릿지’ ‘타이밍’ 등의 드라마화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무빙’ 최종화 공개 후 안식월을 가지며 향후 행보를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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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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