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SW) 해킹이나 작동 오류로 주행자와 보행자에게 여파가 상당할 수 있어 구체적인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마그너스 외스트버그(Magnus Östberg) 메르세데스-벤츠 CSO(최고 소프트웨어책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메르세데스-벤츠는 SDV 시대를 준비하며 이 같은 각종 우려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고 있나.
메르세데스-벤츠는 기능적인 안전과 디지털적인 안전과 보안도 최고 수준으로 지키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사이버 보안 인증을 받은 최초의 OEM(완성차) 기업인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B.OS(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충전 등 차량의 모든 영역에 접근성을 제공하는 시스템)는 초기부터 사이버 보안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사이버 보안은 연중무휴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Q. IAA에서 새로운 MB.OS 3세대 공개했다. 구글맵을 업계 최초로 탑재하는 가운데 전자·IT 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빅블러’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구글맵으로 작동하나.
구글과 티맵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티맵은 한국에서 굉장히 잘 작동하고 구글은 한국은 아니어도 서구 지역에서 잘 작동한다. 한국의 경우 구글은 적용이 되지 않을 것이다. 티맵을 둘러싼 생태계(에코시스템)를 적용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중국도 에이맵과 그에 관한 서비스 생태계를 적용하게 될 것이다. MB.OS는 아키텍처로서 기반이 되고, 현지에서 각기 다른 1등 기업을 연결할 수 있게 된다.
Q. 티맵 언급과 관련해 한국 시장에서 자체 내비게이션의 불편함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한국 출시 차량에 한국 제품과의 추가 소프트웨어 협업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SK그룹과의 추가적 협업에 관해서는 곧 발표할 것이다. 늦어도 연말쯤 발표가 될 것이다.
Q. MB.OS를 통해 그려질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그림이 궁금하다. 어떤 형태의 운영체제를 꿈꾸는가.
캐빈-인-센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런 센서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예측해주는 가상의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길 바란다. 고객을 관측해서 제안하거나, 원하는 것을 예측해 제안하는 어시스턴트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또 고객이 행복한지, 우울한지, 불쾌한지를 관측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한다.
Q. 전기차 시대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벤츠가 SW 측면에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창조하면서 ’칩투클라우드’(CHiP to Cloud)‘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에 완벽하게 접근 가능한 ’칩-투-클라우드 아키텍처‘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초점과 전략을 통해 빠르게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중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고전한 이유는 고도의 소프트웨어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SW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메르세데스-벤츠를 이용하는 고객을 보면 아시아 고객 연령층이 유럽보다 훨씬 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의 젊은 층은 기술을 잘 다루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개발 전략을 아시아에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로컬 인원도 10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전략을 설정해 개발할 예정이다.
Q. 중국차의 부상 속도가 빠르다. 벤츠는 기술을 전략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SW 측면에서도 중국차에 대응할 전략이 있나.
메르세데스-벤츠 전략은 ‘아키텍처’에 집중하는 것이다. OS 아키텍처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제어하고 컨트롤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새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속도’다. 벤츠는 서비스를 인하우스로 개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설치된 OS 운영 체제를 컨트롤하고, 그 외 서비스는 로컬 파트너를 통해 제공하고자 한다.
Q. 추가 SW 역량 강화를 위해 인재 채용·교육 및 자체 연구개발 비용 투자는 어떻게 하고 있니.
앞서 발표했듯이 벤츠는 전 세계적으로 SW 관련 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3000명 이상 채용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1만명 이상 채용하려고 한다. 인재 교육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13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중국과 인도에서 SW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가장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은 ‘CICT’(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다. 이를 통해 벤츠가 소프트웨어 론칭 속도를 올리는 것이 목표다.
Q. 최근 OTA(실시간 업데이트) 서비스와 관련해 인포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차량 기능까지 업데이트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율주행·배터리 시스템 등 어느 수준까지 OTA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가.
현재는 벤츠 OTA가 인포테인먼트까지 가능하다. 다만 MB.OS와 MMA(모듈형 아키텍처)를 도입하면서 차량 전체 기능에 대한 OTA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율주행·배터리 시스템 등 다른 부분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Q. 메르세데스-벤츠 자율주행 단계가 레벨2+ 수준이라고 들었다. 이번에 보여준 자동 주차는 레벨4 수준이라 갭이 크게 느껴진다. 레벨3에서 4까지 가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이미 준비는 다 됐다. 레벨3는 상용화한 단계다. 완성차 기업 중 메르세데스-벤츠가 유일하게 레벨3까지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에서 승인받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는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아니라 법적인 어려움이 있다. 기술이 개발이 되더라도 유럽이나 미국은 각 나라, 주마다 상이한 교통법을 적용한다. 여기서 한계를 느끼고 있고,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Q. 다른 대형 그룹들은 자율주행 기술 관련해 자사 계열사로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두고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외부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차용하는데 이유가 있나.
벤츠는 파트너사와 일하고 있지만 소스 코드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갖고 있어서 컨트롤이 가능하다. 또 테스트를 통해 변경하고 싶으면 요청을 통해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공동 개발 개념이다. 컨트롤, 개발, 변경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사가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가.
해당 국가, 해당 시장에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출시하는 속도가 가장 고민이다. 그래서 벤츠가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에 투자를 많이 하려 한다. 시장의 변화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어떤 경우에도 품질과 안전, 보안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품질·안전과 함께 속도를 갖고 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뮌헨(독일)=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