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성 비위를 저지른 공직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사유가 같아도 직급이 높은 공무원은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징계를 받은 국토부 소속 직원은 40명이다. 이 가운데 성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은 7명이다.
이들이 받은 징계수위는 대체로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5급 공무원 A씨는 2017년 4월 견책 처분을 받았다. 사유는 성매매다. 3급 공무원 B씨는 2018년 7월, 성희롱 문제로 감봉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 5월 4급 공무원 C씨는 같은 사유로 감봉 3개월, 같은 해 9월엔 준 강간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4급 공무원 D씨는 파면됐다.
D씨가 징계를 받은 날 5급 공무원 E씨도 감봉 1개월을 받았다. 사유는 성희롱이다. 2020년 8월엔 성희롱을 저지른 전문임기제 공무원이 정직 3개월을, 지난해 2월엔 불법촬영과 강제추행에 준하는 범행을 저지른 5급 공무원이 해임됐다.
공무원 징계수위는 △견책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멸로 나뉜다. 이 가운데 ‘견책’과 ‘감봉’은 경징계다. ‘정직’ 이상부터는 중징계다. 견책은 6개월간 승급과 승진 제한을 받는다. 보수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감봉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 기간 동안 보수의 3분의 1을 감액한다. 정직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 기간 동안 공무원 신분은 보유하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또 보수를 전액 감액한다.
강등 징계를 받으면 직급을 한 단계 내린다.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지만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이 기간 보수는 전액 삭감한다.
해임은 공직관계에서 배제시키는 징계다. 3년간 재임용 제한을 받는다. 공금횡령이나 유용 등으로 해임됐다면 퇴직급여의 8분의 1에서 4분의 1까지 감액해 지급한다. 파면은 5년간 재임용 제한과 퇴직급여의 4분의 1에서 2분의 1을 감액해 지급한다.
직급이 높은 공무원은 같은 사유여도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이어도 1,2급에 해당하는 ‘일반직고위공무원’은 감봉에 그친 반면, 8급 공무원은 파면됐다. 금품을 수수한 5급 공무원은 파면된 반면, 3급 공무원은 정직 3개월에 그쳤다.
해임이나 파면을 당한 자 외에 재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부 방침에 따르면 대부분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단순히 징계사유와 내역만 보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사안을 개별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성 비위를 저지르거나 금품을 수수하면 진급도 못하고 불이익이 상당하다”라며 “이렇다보니 자진해서 퇴직하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부처 차원에서 음주운전과 성 비위, 금품수수는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라며 “무혐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품위유지 위반’을 가중해 징계 한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