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연체율이 17%를 돌파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 역시 시장 위축으로 자금회수가 지연되면서 증권사의 자금 상황이 지표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악화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17.28%로 3월말 대비 15.88% 상승해 전 업권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3.71%에 불과하던 연체율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2년 말 10.38%로 치솟았고, 6월말까지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이와 함께 다른 업권의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은행의 PF 연체율은 3월 말 0%대에서 6월말 2.3%로 올랐고, 보험(0.66→0.73%), 저축은행(4.07→4.61%), 상호금융(0.10→1.12%)도 상승세다. 그나마 여신전문업권에서만 연체율이 4.20%에서 3.89%로 낮아졌다. 이에 금융권 전체 연체율은 2.01%에서 2.17%로 악화됐다.
금융당국은 2분기 증권사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가 둔화된 만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6월말 증권사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1.40%p 상승하였으나, 1분기(+5.20%p) 대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었다”며 “연체대출 규모는 9000억원으로 증권사 자기자본(78.2조원)의 1.2%에 불과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1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를 조성해 신규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부동산 PF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통한 사업성 제고와 이를 전제로 한 신규자금(New Money) 투입이 현재 부동산 PF 시장의 정상화와 원활한 주택공급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방안을 관계부처‧기관 및 금융업권과 긴밀히 협의하여 이달 말 정부합동 주택공급확대 관련 대책에 포함하여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관련 위험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 한 자금의 회수도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보고서를 보면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7조6000억원에 달하며, 이러한 자금은 시장 위축으로 회수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주로 미국·유럽 지역에 오피스 투자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시장 위축으로 올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2조6000억원 가운데 90%가 만기 연장됐다. 자금 회수가 되지 않고 만기만 연장된 상황이다.
나신평은 현재 증권사 건전성 지표에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예리 나신평 연구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건전성 지표 저하 수준이 큰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대부분이 만기 연장되고 있고 펀드 형태 등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현재 증권사 자산건전성 지표에 상당한 착시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신평은 실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초대형 증권사(미래에셋·NH·한투·삼성·KB·하나·메리츠·신한증권)와 그 외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 흡수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국내 5개 사업장만 손상처리해도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돼 부동산 사업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자금 재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산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늘어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도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