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지급했는데 안줬다?...이란의 ‘몽니’ 

이자 지급했는데 안줬다?...이란의 ‘몽니’ 

국내 은행, 이란 ‘동결 자금’ 카타르로 이전
이란, 동결 자금 ‘이자’ 두고 문제 제기
국내 은행, 동결 자금 이자 정상지급 입장
이란, 자금 동결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나서

기사승인 2023-09-20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그동안 국내에 동결됐던 석유수출대금을 두고 이자 지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권이 그동안 이자를 정상 지급해 왔지만 이란이 다시 이자를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20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란 원유 결제 대금 60억 달러(8조원)가 18일 제3국인 스위스를 거쳐 카타르로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전날 이에 대해 “그간 대이란 금융제재로 인해 한국에 동결되어 있던 이란 자금이 최근 제3국으로 성공적으로 이전되었다”며 “이란 동결자금은 카타르로 이전된 후에도 한국에서와 유사하게 식량, 의약품 구입 등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국내 한국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해당 계좌로 석유 판매 대금을 받고, 우리나라의 물품 수입 대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했다. 해당 계좌가 동결된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의 하나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결과다. 이에 이란의 국내 은행 계좌는 2019년 5월 동결됐다. 

4년 넘게 동결된 계좌는 카타르의 중재 아래 미국이 수감자 5명 맞교환의 대가로 한국과 이라크에 동결된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상당의 이란 자금 해제를 약속하면서 풀렸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따라 카타르로 자금을 이전했지만 이자 논란에 휩쓸렸다. 이란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60억 달러에 대한 4년간의 이자 지급을 요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서다. 

사실 이란은 그동안 꾸준히 동결 자금의 이자 문제를 거론해 왔다. 이란 관영 IRNA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국 내 은행에 몇년 간 이란 자금이 ‘무이자’ 형태로 묶여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앞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전 이란중앙은행 총재도 2021년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은행은 수년간 우리의 자산을 압류하고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거부했다”라며 “그 자산에 대한 이자를 받지도 못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란 계좌에 정상적인 이자를 지급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란 계좌에는 2012년 이란의 요구에 따라 연 1.6%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동결된 계좌는 일종의 계약에 따른 원화 당좌계좌 상품”이라며 “합의에 따라 결정된 이자율을 기준으로 이자를 모두 계좌에 넣어 왔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정상적인 이자 지급에도 이란이 이자 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배경에 동결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반관영 통신사 타스님 등에 따르면 이란은 60억 달러의 자금이 동결되면서 4년간 약 7억 달러(약 93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란은 한국을 상대로 동결 자금과 관련해 제기한 국제 중재 절차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외교 문제로 어뚱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은행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교 차원에서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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