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 수는 500만이 넘어가며 국내 경제의 한 축이지만 창업부터 폐업까지 대부분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간다. 상품 제조, 마케팅, 재무, 판매를 홀로 책임지는 자영업자는 부족한 전문성을 극복하지 못 하고 꿈을 접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에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지원 현장을 찾아가 봤다. |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2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일산의 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명 셰프와 은행원이 자영업자의 고민 해결을 위해 찾아온다는 소식에 20일 찾아간 음식점에는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손님과 정장 차림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성은 KB국민은행 소속 경영지도사인 구홍기 전문위원으로 그는 경영 자문(컨설팅)을 위해 식당을 찾아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캐주얼한 복장의 토니오(오치영) 셰프가 도착했다. 오 셰프는 이탈리아 밀라노 카팍(CAPAC)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을 거친 유명 셰프다.
“2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손님도 계시고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라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구 전문위원이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는 외식업의 경우 점주가 짬을 내기 어려워 시간을 맞추기 좀처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점주가 점포에 메여있어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찾아가는 방법으로 자문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구 전문위원은 “자영업자들의 고민사항은 여러 가지인데 영업이 잘 되는 분들은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이고,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떨어지는 분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자문은 진단과 솔루션 제공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후에는 플러스 알파로 피드백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손님이 나갔지만, 주방의 분주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을 한 잔 다 마실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나 드디어 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모습의 김현섭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들은 김 사장의 고민을 들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상담할 사람도 없고, 책을 봐도 풀리지 않는 고민
김 사장은 파주에서 TV에 출연할 정도로 나름 유명세도 치렀지만 주차 문제에 골머리를 앓다가 현재 위치에 새로 식당을 문 열었다고 말을 꺼냈다. 양식 전공으로 음식 맛에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새로 식당을 오픈하면서 소비층에 맞는 메뉴 선정과 점포의 컨셉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주차만 보고 새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상권이 달라져 메뉴와 컨셉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 입니다” 김 사장은 이 문제를 두고 책도 보고 영상도 찾아봤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달라 본인에게 맞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꺼내든 노트에는 그동안 자영업자로서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이어 “궁금한 게 많아요. 제가 생각하는 바를 풀어내고 싶은데 제 주변에는 제가 풀어내는 것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저와 같은 (주제의)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메뉴와 컨셉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 셰프가 본격적인 자문에 나섰다. 그는 점주의 고민을 듣고 조리 과정을 신중히 지켜봤다. 대표 음식으로 꼽힌 오므라이스, 굴라쉬 슈트 등의 맛을 볼 때는 첫 숟가락을 천천히 뜨며 음식의 질감까지 체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셰프는 상담과 음식 테스팅을 통해 내린 진단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조언은 음식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갔지만 단순히 음식에서 끝나지 않았다. 브랜드 컨셉을 잡는 법부터 최근 유행에서 SNS 마케팅에 대한 경험담까지 이어졌다.
아울러 오 셰프는 진단을 거쳐 솔류션을 제공하는 시간을 따로 가지기로 하고 점주가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과제를 내주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오 셰프는 이날 진정 자영업자를 위한 자문은 점주가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에게 필요하지만, 많지 않은 기회
이날 자문을 받은 점주와 같이 홀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자영업자들에게 경영과 관련한 고민과 궁금증을 풀 기회는 많지 않다. 더욱이 외식업의 경우 점주가 점포에 메여있는 경우가 많아 사회와 소통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김현섭 사장도 “오늘 처음으로 전문적인 경영 자문을 받아봤다”며 “비용적 부담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번 경우와 같이 외부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날 경영지도는 KB국민은행에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음식값까지 모두 지불하며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통상 전문 컨설팅 업체에서 지도받을 경우 메뉴 단품 당 200~3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구 전문위원도 “오 셰프와 같은 분들은 저희도 모시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전문적인 자문을 원하는 수요를 모아서 1년에 3개월 정도 기간을 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 셰프는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는 이런 기회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셰프는 “많은 자영업자분이 답답함을 가지고 어렵게 업체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며 “창업부터 마지막에는 폐업까지 주변에서 체계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오 셰프는 이날 한가지 당부를 남겼다. 그는 “이러한 지원은 단순하게 메뉴를 개발해 드리고 인원을 세팅해 드리는 것들에 주된 목적이 있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는 점주가 가지고 있어야 하고, 우리의 도움은 거기에 살을 붙여주고 다듬어 주는 것”이라며 점주의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