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임시완 “평가받는 삶 그리웠죠” [쿠키인터뷰]

‘1947 보스톤’ 임시완 “평가받는 삶 그리웠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03 06:00:10
배우 임시완. 롯데엔터테인먼트 

팬데믹으로 모든 게 얼어붙던 때,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기약 없이 표류하던 이 작품은 3년 반의 시간을 넘어 올해 추석 연휴가 돼서야 관객과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극장에 걸린 영화를 보며 배우 임시완의 마음은 세차게 일렁였다. 지난달 21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개봉한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시완은 극에서 마라토너 서윤복을 연기하기 위해 훈련에만 꼬박 8개월을 쏟았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아무 평가도 들을 수 없던 지난한 현실이 그를 두렵게 했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장벽은 매사 덤덤하던 그에게도 크나큰 시련이었다. 늘 당차게 작품에 임하던 청년 배우는 “연기자로서 내 삶은 좋든 나쁘든 관객에게 평가를 받아야 생명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가 ‘1947 보스톤’의 개봉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낀 이유다.

‘1947 보스톤’에서 임시완은 종횡무진 활약한다. 마라톤 장면부터 서윤복의 서사와 여러 감정선까지, 주어진 역할을 막힘없이 해낸다. 시사 이후 임시완을 향한 호평이 쏟아졌을 정도다. 그는 촬영 전 석 달간 실제 마라토너에 준하는 고강도 훈련에 임했다. 작품을 촬영하는 다섯 달 동안에도 훈련을 병행했다. 선수처럼 생활하다 보니 당시 출전한 손기정배 마라톤 대회에서 10㎞를 41분에 주파하는 기록까지 세웠단다. 지금도 꾸준히 마라톤을 즐겨하는 임시완은 “영화가 내게 남긴 선물”이라며 미소 지었다.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충실히 쌓은 마라톤 실력으로 임시완은 섬세하게 연기를 펼친다. 구락부(클럽을 이르는 옛말) 가입 전에는 어설픈 자세로 뛰었다면, 전문 훈련을 받은 뒤에는 기본 마라톤 자세를 갖추는 식이다. 앞꿈치를 먼저 딛는 현대 주파법과 달리 뒤꿈치를 먼저 닿도록 뛰기도 했단다. 식단과 운동 역시 체지방률이 6%까지 내려갈 정도로 혹독히 관리했다. 매 작품 진심으로 임하는 그지만, 이번 작품엔 보다 더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해서다. 임시완은 “이렇게 대단한 분이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이번 작품으로 더 조명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상력을 총동원해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만이 아니다. 임시완은 “연기할 때면 늘 캐릭터를 향한 책임감에 짓눌린다”고 털어놨다. “내가 어떤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그 색깔대로 생명력이 생겨서”다. 대본 보는 게 버거워 재차 미루다 후회한 날도 여럿이란다. 임시완은 “대본 읽기 전이면 생각이 너무 많았다”며 “달릴 때마다 머리를 비웠더니 이제는 모든 걸 명쾌하게 받아들이고 간결하게 행동한다”고 했다. 생각을 행동으로 곧장 옮기는 습관도 생겼다. ‘밥 한 번 먹자’는 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건 그래서다. 임시완은 “기회가 생기면 뭐든 하고 싶다”면서 “연기할 때 특히 그렇다”고 힘줘 말했다.

“늘 저를 백지화시키려 해요. 어떤 결의 작품이 들어오든 딱 맞춰 연기하고 싶거든요. 이런 방향성을 갖고 도전을 집약하면 훗날에는 임시완만의 색이 만들어질 거라 믿어요. ‘임시완다운 연기’, ‘임시완 아니면 못할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배우로서 제가 가진 근본적인 목표입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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