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 담은 명절 선물세트 변천사…“양극화 뚜렷”

시대상 담은 명절 선물세트 변천사…“양극화 뚜렷”

선물 트렌드 갈수록 다양화…유행·시대상 반영
“가격이나 종류 등 정부 정책 영향 많이 받아”

기사승인 2023-09-30 06:00:36
신세계백화점이 명절 선물 특설매장을 열고 본 판매에 돌입한 11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 선물은 시대를 반영한다. 유행하는 명절 선물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녹아 있다. 명절 선물은 그 시대의 경제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등에 따라 변화를 겪어 왔다. 엔데믹 이후 첫 명절인 이번 추석엔 어떤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을까. 1980년대부터 시대상 명절 선물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경제 성장이 한층 가속화되던 1980년대. 선물에도 ‘고급화’ 전략을 담기 시작한다. 한우, 갈비, 굴비처럼 고급 먹거리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으며, 5만원이 넘는 양주세트도 등장했다. 

회사 명절 선물 중 필수로 꼽히는 참치캔과 햄 선물세트도 이때 등장했다. 1984년 동원산업이 업계 최초로 참치캔 선물세트를 판매하며 당시 30만 세트 이상이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는 꿀, 인삼, 영지버섯 등 건강식품을 선물로 주고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1990년대 초반에는 경기 호황으로 고급 선물들이 반응이 좋았으나 1997년 IMF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저렴한 선물이 다시 각광을 받았다. 백화점에서는 현금처럼 쓰이는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발행되면서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IMF 이후에는 샴푸나 비누세트, 혹은 식용유와 조미료 등 생필품으로 구성된 1~2만원대 저렴한 선물세트가 잘 나갔다.

IMF를 극복한 2000년대부터는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친환경’, ‘유기농’이 화두가 되면서 올리브유와 유기농 과일, 견과류, 와인 등 식재료 선물세트가 대세로 떠올랐다.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명절 선물도 간소화됐다. 소포장 선물이나 추석 간편상 등의 판매가 많았고, ‘효도 성형’ 등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선물받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보다 다양한 선물이 등장했다.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 상품을 선물하거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기프티콘이나 e-쿠폰으로 손쉽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은 ‘비대면’ 선물 풍속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선물을 배송시키는 비대면 배송이 일반화됐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면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건강식품 등의 선물 세트 매출도 늘어났다. 

올해는 추석 선물 구매에 있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고물가 현상에 따라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사전 예약 판매가 트렌드로 부상했다. 1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부터 청탁금지법상 선물 금액 상한으로 3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선물 세트 판매도 늘어났다.

특히 수억원을 웃도는 위스키 등 초고가의 추석 선물 세트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한우와 과일, 굴비 등을 구색을 갖춰 내놨고, 편의점은 위스키를 비롯해 추석 선물로 골드바와 안마의자를 팔기도 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액이나 종류 등을 고려하는 명절 선물의 경우 김영란법 완화 등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선물 트렌드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만큼 전반적인 마케팅과 상품 개발의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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