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는 두뇌 게임? 숨 막히는 액션 사극? [연휴에 뭐 볼까]

숨죽이는 두뇌 게임? 숨 막히는 액션 사극? [연휴에 뭐 볼까]

기사승인 2023-09-30 06:00:23
(왼쪽부터)‘데블스 플랜’ ‘도적: 칼의 소리’ ‘나는 솔로’ 포스터. 넷플릭스, ENA, SBS플러스

6일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가 절반가량 지났다. ‘아니 벌써?’ 하며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에겐 나흘간의 빨간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 성묘와 차례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도는 당신. 놀 거리라곤 TV와 스마트폰, 노트북뿐이라면 마침 잘 됐다. 시간은 ‘순삭’(순간 삭제)시켜줄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데블스 플랜’ 스틸. 넷플릭스

숨죽이는 두뇌 게임 ‘데블스 플랜’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PD, 정종연이 신작 예능을 선보였다. 지난 26일 공개된 ‘데블스 플랜’이다. 참가자 12명이 저택에서 일주일간 합숙하며 두뇌 게임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으로, 각 게임 부상인 피스를 가장 많이 모아야 이길 수 있다. 우승자에겐 최대 5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게임은 생존과 직결된 피스를 따는 메인 매치, 상금을 따는 상금 매치로 나뉜다. 메인 매치는 경쟁을, 상금 매치는 협동을 요구해 출연진 간 감정적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볼까: 의외로 시트콤 같은 재미가 있다. 상금 게임 도중 얼떨결에 피스를 받게 된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황당하다는 듯 “제가요?”라고 반문하거나, 친목을 다지려 ‘알까기’를 하던 출연자들을 앞에 두고 운동량 충격량 법칙을 말하는 하석진과 유튜버 괴도를 보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느슨한 분위기에 어떻게든 긴장감을 주려는 일반인 참가자 김동재의 분투도 눈에 띈다.

말까: 웨이브 ‘피의 게임’ 시리즈의 긴장감을 기대한 시청자에겐 초반 회차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업 연예인의 비중이 높아서일까. 출연진 대부분 거짓말이나 배신과는 거리가 멀다. 첫 메인 매치부터 순진하게 자기 패를 까는 출연자들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게 될 수 있다. 틈만 나면 온갖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유튜버 괴도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

‘도적: 칼의 소리’ 스틸. 넷플릭스

숨 막히는 액션 사극 ‘도적: 칼의 소리’(이하 도적)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뒤엉킨 1920년대 간도.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군에 몸담았던 이윤(김남길)에겐 동포 학살에 가담한 과오가 있다. 죄책감은 그를 간도로 데려간다. 간도는 이윤을 죽이려는 사람도, 이윤이 죽여야 할 사람도 있는 곳. 이윤은 철도부설자금 20만원을 들고 간도로 오는 조선총독부 직원 남희신(서현)을 처단하고 돈을 빼돌리려 한다. 이런 이윤을 언년이(이호정)가 노린다. 친일 군인 이광일(이현욱)의 사주를 받았다. 모래 폭풍보다 거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 남녀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까.

볼까: ‘간도’는 한마디로 ‘애국심 풀충전 드라마’다. 초인적인 솜씨로 일본 경찰과 일본군을 해치우는 이윤 일당의 활약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몸 잘 쓰기로 유명한 배우 김남길의 액션 내공이 한껏 발휘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승마, 사격, 격투까지 시청자가 원하는 모든 액션을 보여준다.

말까: 숨 쉴 틈 없게 만드는 게 화려한 액션뿐만이 아니다. 등장인물 대부분 무겁고 진지해서 숨통 트이는 장면이 거의 없다. 각 인물이 소개되는 초반 회차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5화까진 참을성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즉시 즐거워지고 싶다면 다른 작품을 골라보자.

‘나는 솔로’. 해당 방송 캡처

숨 가쁜 난장판 ‘나는 솔로’ 16기

이것은 예능이 아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요즘 연애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화제성을 보이는 작품은 단연 ENA ‘나는 솔로’. 특히 두 번째 돌싱(돌아온 싱글) 특집으로 꾸려진 16기는 매주 출연자가 SNS에 사과문을 올릴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대본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이 프로그램의 최대 무기요, 공감보단 질색이 먼저인 세 MC의 반응이 차별점이다. 명색이 연애 프로그램인데, 뒷담화와 말 전하기가 오가는 난장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비혼과 비연애를 다짐하게 된다.

볼까: 최신 유행에 민감한 시청자는 일단 보자. “경각심” “지금 말 잘해야 돼” “테이프 깔까” “나니까” 등 최신 유행 밈이 매 에피소드 쏟아진다. 상대의 호감을 사야 한다는 압박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좋은 탐구자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뭔가에 강렬히 중독되고 싶은 자, 어서 솔로 나라(‘나는 솔로’ 세계관)행 급행열차에 탑승하시라.

말까: ‘나는 솔로’는 로맨스보단 갈등을 좋아하고 출연자의 매력보단 그들의 결핍에 관심이 많다. 출연자를 괴롭히는 악플에 이 같은 연출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러니 과몰입에 취약하거나 무슨 일이든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속이 시원한 시청자는 일단 인터넷부터 끊고 오시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출연자를 판단하고 심판하고 꾸짖고자 하는 욕구가 피어오를 수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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