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진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전 모씨(여·36)는 이번 추석 명절에 본가에 가지 않기로 했다. 경찰 공무원 준비만 5년째인 전 씨는 부모님을 만나뵐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멋지게 합격해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지만 매년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더이상 부모님께 손벌릴 수가 없어 최근 한 고시원에서 총무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공부와 병행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전씨는 올해 추석 명절도 본가에 가신 대신 고시원 알바를 택했다. 부모님께 취업 잔소리를 듣는 것보단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추석 명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8일 취준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올해 취업준비생이 꼽은 최악의 명절 잔소리는 ‘취업’과 ‘연애·결혼’ 이야기였다.
이날 채용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취준생 2404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취업 잔소리’를 꼽았다. 이어 ‘연애·결혼 잔소리’가 17%로 뒤를 이었다.
특히 ‘OO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다더라’와 같은 ‘타인과의 비교’가 15.9%의 응답률을 보였다. 또 ‘살을 빼야겠다’처럼 외모를 지적하는 말도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15.6%로 나타났다.
취준생 응답자의 32%는 올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취업 준비로 바빠서’(44%)로 조사됐다. 이어 ‘휴식을 하고 싶어서’(21%), ‘여행, 개인 일정 등 다른 계획이 있어서’(12%)로 집계됐다.
취업 준비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채용공고 확인’이라고 답한 경우가 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소서 작성’이 49%, ‘면접 준비’가 18%, ‘인적성시험 준비’가 17%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종 잔소리 메뉴판이 등장했다. 잔소리 스트레스 지수를 가격 등급으로 매긴 것으로, 잔소리 가격대는 3만원에서부터 600만원까지 다양하다. 비싼 메뉴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부부 등 카테고리별로 나뉘어져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