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외친 주윤발…첫발 뗀 부국제 [2023 BIFF]

“사랑해요” 외친 주윤발…첫발 뗀 부국제 [2023 BIFF]

기사승인 2023-10-04 21:01:14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탄 주윤발이 즉석에서 셀카를 찍어 환호를 받았다. 중계 화면 

“빨리빨리, 시간 없어요!” 아시아를 호령하던 영원한 스타, 주윤발이 단상에 올라 다급하게 외쳤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그는 이 순간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기록하느라 분주했다. “김치”라고 외치는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했다.

4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별들의 향연이었다. 주윤발을 비롯해 호스트 송강호와 송중기, 이성민, 조진웅, 임수정, 안재홍, 유연석, 중화권 배우 판빙빙 등이 차례로 레드카펫을 밟고 팬들과 만났다. 진행은 배우 박은빈이 단독으로 맡았다. 함께 사회를 볼 예정이던 이제훈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개막식은 지난 1월 작고한 원로배우 고(故) 윤정희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며 포문을 열었다. 작고 당시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씨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가 백씨의 연주로 영화의전당 일대에 울려 퍼진 가운데 유작인 ‘시’(2010)를 비롯해 고인의 주요 작품인 ‘안개’(1967), ‘당신’(1969), ‘꽃상여’(1974), ‘태백산맥’(1975) 등을 돌아봤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고 윤정희를 기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중계 화면

‘시’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한국영화계의 수많은 별 중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분”, “이 영광스러운 상이 따님에게 위로가 되길, 하늘의 별이 돼 이 자리를 지켜볼 윤정희에게도 큰 기쁨이길 바란다”고 했다. 대리수상을 위해 나선 백씨는 “‘시’의 미자처럼 어머니는 매일 생활 속에서 현실과 환상 사이에 계셨다. 10년 넘게 중병과 싸웠지만 여러분의 애정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며 “오랜 시간 변함없이 영화배우 윤정희를 사랑해 줘 감사하다”며 소감을 남겼다.

하이라이트는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이었다. 아내와 함께 부산을 찾은 주윤발은 등장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호스트를 맡은 송강호는 주윤발을 “슈퍼 히어로가 아닌 진짜 스크린 속 영웅”, “영화계 큰 형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분”이라고 평했다. 유덕화·지아장커 등 중화권 영화인과 박찬욱 감독 등은 VCR을 통해 헌사를 보냈다. ‘영웅본색’(1987)을 비롯해 주요작 및 수상이력을 되짚자 주윤발은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배우 생활 50주년을 맞은 주윤발은 “길지만 어제 같은 세월”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홍콩 영화계와 현장에 자리한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그는 “의미 깊은 상을 준 부산국제영화제와 긴 시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한국팬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뒤이어 즉석에서 진행요원에게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넨 그는 “사진, 사진! 김치!”,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를 한국어로 외치며 휴대전화에 기념사진을 남겨 장내를 환호하게 했다.

재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주윤발. 중계 화면

화려한 행사의 문을 닫은 건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싱글 여성이자 직장인 계나(고아성)가 한국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뉴질랜드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일어나는 여정을 담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은 “남들 눈에 안온하게 보이는 한국에서의 삶을 두려워하는 주인공에게 주목한다”고 소개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 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젊은이가 처한 현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리는 영화”라면서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을 따라가며 젊은 세대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여정을 따라가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69개국의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포함해 총 269편을  부산 내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총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열흘간 이어지는 영화의 물결은 오는 13일 마무리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모습. 중계 화면

부산=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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