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양평군 양서면으로 계획된 종점이 현 정부 들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는데,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이 서울 강남과 가까워져 토지가치 상승 수혜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노선을 변경하는데 외압이나 직접 지시는 없었다고 10일 증언했다. 원 장관은 앞서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사업을 백지화했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 ‘만일 양평고속도로 의사결정과정에서 문제가 밝혀지면 용역 책임이냐, 국토부 책임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 질의에 “뭉뚱그려서 질의해서 답변에 어려움이 있다”라면서도 “국토부 장관인 제 지휘 아래 간부가 개입해서 외압을 넣었거나 부정 결탁한 점이 나오면 모든 책임을 저희가 질 것”이라고 답했다.
일반인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과 박상훈 경동엔지니어링 이사 또한 ‘노선을 선정하는데 외압이 있었느냐’는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 질문에 ‘(외압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개된 수정안에 따르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강상면으로 바뀌면 하루 교통량이 6000대 이상 확보되는 등 경제적으로 양서면보다 우월하다. 그런데 고속도로 전체 구간 중 서울에서 북광주 노선까지 동일하다. 인구밀집지역을 제외한 짧은 노선을 바꾸는데 교통량이 느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 장관은 이 과정에서 분석을 담당한 전문가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태도를 보여 불성실 지적을 받았다. 원 장관은 ‘양서면이 종점일 때 타지 않던 4분 거리로 옮겨서 (도로를)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질의에 “그런 질문은 도로통행에 관한 전문가가 말하는 게 낫겠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또 몸을 뒤로 젖히고 답하는 태도도 지적을 받자 ‘허리가 아파서’라고 해명했다.
양서면과 강상면이 경제성은 비슷한데 비해 환경성과 정책목표 부합성은 양서면이 훨씬 우월한다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질문엔 “지적한 모든 게 저희의 설명을 무시하고 일방적”이라며 반박했다.
여야는 원 장관에게 노선변경에 드는 비용 대비 편익(B/C)을 분석한 미 가공데이터 제출을 요구했다. 원 장관은 “소프트웨어라 복사해서 제출하면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부동산 통계 지적에 관해서는 “통계에 손을 댄 것은 자체가 본인이념을 위해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하는 비뚤어진 확신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다”라며 “민주주의 근간을 허물고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인천검단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도 거론됐다.
원 장관은 ‘잘못이 없는 입주예정자들이 왜 일일이 기관을 찾아가며 사정을 말해야 하느냐. 종합감사까지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 주문에 “보상안이 여의치 않다고 언론 보도로 들었다”며 “LH와 GS가 최선을 다하도록 감독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또 “부실건설, 건축은 오래된 문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민생 핵심과제”라며 “발주단계부터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부실건설을 체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이달 제시해서 사회 공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LH전관 업체는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는 법률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엔 “전관과 업체들의 직업과 영업의 자유보다는 부실건설과 부실건축을 차단해 국민안전과 공정계약 신뢰를 회복하는 게 훨씬 우리 헌법상 중요가치”라며 “현행 지침은 국토부 출신 전관에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