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짧은 가맹계약 보장기간에…공정위 “투명 절차”

유독 짧은 가맹계약 보장기간에…공정위 “투명 절차”

공정위, 4년째 가이드라인 점검 이행 한번도 안 해
맥도날드·아디다스 등 가맹갱신 분쟁 사례 지속
“표준가맹계약서,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등 반영”

기사승인 2023-10-14 06:00:06
한국맥도날드

맥도날드·아디다스 등 가맹점 계약갱신 거절로 인한 분쟁 사례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 계약갱신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과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독려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발표한 ‘장기점포 안정적 계약갱신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행점검 보고 작성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2019년 가맹분야 ‘장기 점포의 안정적 계약 갱신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10년 이상 된 가맹브랜드 개수가 817개, 전체 브랜드의 13.5%를 차지하고, 가맹점수는 14만 7400여 점포에 달해 전체 점포 수의 60.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4년이 지났지만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행점검 자료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공정거래협약 체결 시 가이드라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가이드라인 이행을 독려한다는 입장만 표하는 데 그쳤다.

공정위에 접수된 계약갱신 거절 관련 신고에 대한 처리 태도도 소극적이었다. 2019년 5월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올해 8월까지 공정위에 접수된 갱신거절 관련 신고 건수는 9건이다. 이 중 5건은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가맹기업을 향해 조치가 내려진 경우 시정명령 1건, 경고 1건으로 2건에 그쳤다.

분쟁조정 처리 현황 통계에서도 갈등은 나타난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점 계약갱신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29건이었다. 이 중 조정이 성사된 건은 단 9건에 그쳐 성사율은 31%에 머물렀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표준가맹계약서에 이를 반영하고, 매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법 등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독려해 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이행을 강제하기보다 이를 채택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 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0년까지 계약 보장을 하고, 그 이상 해야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이상 계약을 늘리게 되면 신규 점포가 못들어오거나 가맹점 출혈 경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가맹점을 정리하는 경우 등 여러 경영상 이유도 있다. 왠만하면 투명한 절차로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약을 종신으로 하는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계약 갱신 거절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은 처벌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김종민 의원은 “우리나라는 유독 가맹계약 보장기간이 10년으로 짧은데다 법률상 거절의 명분이 되는 이유가 많다”며 “공정위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도 4년 넘게 분명한 이행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단 점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에 수십만개가 넘는 가맹점들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문제는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행점검을 지속하고 더 강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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