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아래가 차야한다는데 정말 그렇게 하면 남성 건강에 좋을까. 난임·불임 환자가 늘고 있다는데 아래를 시원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유영동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정규환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에게 1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다.
Q. 남자는 아래를 시원하게, 여자는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
유영동 교수= 음낭은 피하지방이 적고, 땀샘이 풍부하게 분포해 고온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고환을 보호합니다. 고환의 열 손상은 정자 생산 과정을 저해하고, 사정액 속 정자 수를 감소시킵니다. 따라서 음낭 부위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남성의 생식 기능을 보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하복부 온도가 지속적으로 낮으면 자궁, 난소 등 생식기관의 혈류를 떨어뜨려 생리통이 늘고, 자궁내막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김정준 교수= 남녀의 하반신 온도를 다르게 하는 것이 좋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의학적 관점에서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가 잘 기능할 수 있는 온도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 체온에서 기능이 원활한 난소와 달리 고환의 경우 약 5℃ 정도 낮은 환경에서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습니다.
Q. 남성 난임·불임 치료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데, 음낭 부위를 시원하게 하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유영동 교수= 남성 난임의 원인은 생활습관, 고환과 주변 조직의 해부학적 요인, 호르몬 이상 등 다양합니다. 음낭 부위의 온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난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자주 찾거나 꽉 끼는 하의를 입고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는 습관 등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김정준 교수= 임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남성의 하반신을 차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12년 발표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고환의 온도가 낮아지면 정자의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Q. 결혼 후 자녀 계획이 있는 남성이 생활 속에서 참고해야할 점을 알려주세요.
유영동 교수= 남성의 생식 기능을 개선하려면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고 비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근육량을 늘리려고 남성호르몬 유사체 등을 사용하는 일을 피하고,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합니다. 포화지방, 카페인 등을 경계하고 야채, 과일, 생선, 저지방 육류, 통곡물을 자주 먹으면서 항산화제, 비타민 등을 보조적으로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음낭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가운데 규칙적인 운동과 성관계, 충분한 수면과 휴식 등을 가지면 생식 능력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준 교수=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남성 호르몬을 교란시킬 수 있는 약품입니다. 관련 약품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남성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보충하면 고환의 기능이 일시적 혹은 반영구적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 최근 바디프로필 촬영이나 피트니스 대회 같은 특정 이벤트를 위해 호르몬을 투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임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더불어 탈모를 개선하기 위해 투약하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장기 복용할 경우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을 뿐 아니라 발기 부전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습니다.
정규환 교수= 통풍이 잘 되는 속옷 착용을 권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이어가야 하고요. 노트북을 허벅지 위에 장시간 두고 쓰거나, 과부하로 뜨거워진 핸드폰 등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고환의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Q. 남성들에게 꼭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유영동 교수= 난임 환자가 늘면서 보조생식술을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는 사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와 출산 계획을 갖고 있는 남성이라면 남성 난임을 전문적으로 보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상담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김정준 교수= 체중이 늘고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에 노출되면 성 기능과 생식 기능이 모두 감소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식습관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생활은 가임력을 높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정규환 교수= 고환 부위는 고환염, 부고환염, 정계정맥류 등에 의해 통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통증이 오랜 기간 방치되면 고환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는 남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빈도가 잦거나 정도가 심해지는 통증이 있다면 비뇨의학과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그랬구나. 남자는 아래를 차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고환을 싸고 있는 음낭 부위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은 남성의 생식 기능을 보존하는 방법이다. 핸드폰, 노트북 등 일상 용품을 쓸 때도 이 점을 감안해야겠다. 또 생식 기능 개선을 위해서는 술과 담배,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와는 거리를 둬야겠다. 호르몬을 교란시킬 수 있는 약품은 금물이다. 특히 배우자의 출산 계획을 그리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고,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좋겠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