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장기화 여부에…국내기업 “네옴시티 불똥 튈라”

이·팔 전쟁 장기화 여부에…국내기업 “네옴시티 불똥 튈라”

기사승인 2023-10-19 06:00:06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 11일째인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알아흘리 병원이 공습을 받은 후 부상자가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정세가 고조되면서 중동 시장 개척에 힘써왔던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두드러지는 영향은 없으나 장기화될 경우 대응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19일 현재 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접수된 ‘중동사태 관련 애로사항’은 0건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과 관련 국내 기업 수출입에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지에 법인을 둔 기업들도 큰 피해는 없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OCI그룹 등이 이스라엘 현지 법인·지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을 위한 현지법인을 정상 운영 중이다. 10여명 안팎의 주재원도 체류 중이다. 다만 LG전자는 지난주 주재원과 그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SK하이닉스는 한국인 주재원이 해당 지점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에 폭격이 발생, 최소 500명이 숨졌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당시 병원에는 환자와 의료진을 비롯, 폭격을 피해 온 피난민들로 북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이슬람권에서는 ‘전쟁범죄’라며 이스라엘 규탄에 나섰다. 반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수입의존도 상위 품목. 한국무역협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월 기준 국내 수입품목 중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0% 상회하는 품목은 8개다. 이중 비금속 원소인 브롬의 수입 의존도는 99.6%다. 산업용 난연제, 석유 및 가스 시추, 수은배출 방지 등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는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브롬의 46.2%를 이스라엘이 생산하고 있다. 드론용 레이더와 GPS 등 항공기용 무선방향 탐지기는 94.8%를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브롬을 수입,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브롬은 난연을 위한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쓰인다”면서 “이번 전쟁으로 인해 영향이 있을지 제조사에 문의를 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자율주행과 드론, 실시간 네비게이션 등의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스라엘 내 첨단 기업들의 운영이 중단되면 반도체 수요가 동반 감소할 우려가 점쳐진다.

레바논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동 타지역으로 확전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범죄와 관련 이스라엘은 심판받아야 한다”며 아랍권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북부와 맞닿은 레바논 인근에서도 이스라엘과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교전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신흥시장인 중동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네옴시티 건설 수혜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에 진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 결과,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6.8%로 TV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21.1%로 그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역 거점 생산기지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도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 힘써왔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국가 차원 디지털 전환에 다각적으로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카오도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모바일결제와 보안인증, 게임 등 다양한 IT 기업들도 중동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쌓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과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타결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기업의 중동 공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위원회’ 등을 통해 자동차, 바이오, 모바일결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협력 과제를 발굴, 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지원 중이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아직 전쟁 자체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기에 지켜보고 있다”며 “중동의 경우 계속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신흥시장이기에 여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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