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재난 대응의 기본은 개인 아닌 이웃”

이태원 참사 1년…“재난 대응의 기본은 개인 아닌 이웃”

기사승인 2023-10-25 17:49:48
2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당주동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학술대회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에서 참석자들이 ‘재난과 지역: 재난의 일상화와 시민참여’라는 주제로 지역 공동체 연결 사례와 재난 대응 방법 등을 논의했다. 유채리 기자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재난 대응은 이웃을 연결하는 것이다.”

생면부지 환자 1명에 여러 시민이 달라붙어 팔다리를 주무르고 피를 닦았다. 의사, 간호사, 상인, 일반 시민 등이 돌아가며 도로 한복판에서 밤새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지난해 10월 158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는 이웃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구조 활동을 벌였던 이들이 있었다.  

자캐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신부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당주동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학술대회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에서 “참사 희생자, 생존자, 목격자, 구조자, 상인 등 그 안에 있는 모두가 재난이라는 복잡한 사건 안에서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열린 두 번째 학술대회에서는 ‘재난과 지역: 재난의 일상화와 시민참여’라는 주제로 지역 공동체 연결 사례와 재난 대응 방법 등을 논의했다. 

딸 진세은씨를 떠나보낸 유가족 진정호씨도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국가의 부재’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이태원 상인 역시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뿐 아니라 상인, 시민들이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고 공감하면서 참사가 벌어졌던 장소에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될 수 있었다. 

재난 대응에 이웃 역할 중요

이날 참석자들은 재난 대응을 하는데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꽃님 에이팟코리아 래거시 팀원은 “(재난이나 참사) 대응은 지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웃들이 연결돼 있는 게 중요하다”며 “재난 발생 전부터 이웃이 잘 연결된 사회일수록 재난 대응이 잘 된다”고 말했다. 김혜진 생명안전넷 공동대표도 “재난‧참사 해결을 하나의 문제 해결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재난 피해자와 시민 사회가 함께 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든 ‘A-TEEN 문화공간 쉼표’, 경주 지진 이후 생겨난 지역공동체, 오송지하차도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에서 이뤄진 활동들이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는 생존자가 일상에 복귀하거나 회복할 때 힘이 된다. 특히 자주 가던 번화가, 출퇴근마다 지나다니는 길 등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 최근 재난이 이어지면서 시민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역 공동체가 재난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 나갈 것인지 이야기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미진 오송지하차도참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공동체가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은 생존자가 일상에 복귀하거나 회복하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정호씨도 “재난을 마주했을 때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힘들었다”며 “(참사 관련)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정보가 있는지 공유되는 게 유가족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 참사라는 하나의 사건을 넘어 국가를 어떻게 다시 바로 세울 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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