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대부업 라이센스를 반납하면서 최윤 OK금융 회장의 숙원인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이 가까워졌다. 대부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이 20여년간 누적되며 ‘실탄’도 충분한데다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해결하면서 M&A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열린 상황이다.
다만 OK금융이 그간 성장을 위해 확대했던 부동산PF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 간 자금거래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지만, 부동산PF 손실을 해결해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산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보유한 금전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OK금융은 2014년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당국에 ‘저축은행 건전 경영 및 이해상충 방지 계획’을 제출했다. 이 계획에는 2024년까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대부업을 청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OK금융은 약속대로 대출자산 등 대부업 자산은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이 각각 인수하며 하나씩 청산했다. 2018년 원캐싱 사업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 이전됐으며 2019년 미즈사랑 사업 전부는 OK저축은행이 인수했다. 올 3월 예스자산대부는 OK캐피탈이 흡수합병했다. 여기에 라이선스 반납 작업까지 계획보다 약 1년 가까이 빠르게 진행하며 OK금융은 ‘대부업’ 꼬리표를 떼게 됐다.
이에 따라 최윤 OK금융회장의 ‘숙원사업’인 종합금융그룹의 도약이 가까워지게 됐다. OK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사를 인수합병하는데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부업을 조기 철수해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한 최윤 OK금융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향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새로운 금융사 인수를 추진해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OK금융의 ‘실탄’도 충분하다. OK금융이 대부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이 20년 동안 누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자본총액은 2조6699억원으로 이중 2조4579억원이 이익잉여금이다. 여기에 OK저축은행과 미즈사랑과 원캐싱도 각각 8376억원, 1976억원, 1548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OK금융의 잉여금이 쌓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간 꾸준히 M&A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업 위주의 사업구조로 인해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잉여금이 쌓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OK금융이 원하는 최우선 매물로 알려진 증권사의 경우 뚜렷한 매각 계획이 들리지 않지만, 우리금융지주와 수협은행과 충분히 M&A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동산PF가 OK금융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외형 확대 전략을 펼치며 저축은행 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사수하는데 성공했지만, 부동산경기의 악화로 부실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조268억원이다. 부동산PF 연체율은 8.35%로 작년 6월 말보다 4.7%p 상승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평균(3.96%)을 훌쩍 넘겼다.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5.27%p 상승한 9.48%로 집계됐다.
OK캐피탈도 마찬가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OK캐피탈의 연체채권 비율은 10.6%로 지난해 말 대비 6.2%p 상승했다. 연체금액은 지난해 말 1357억원에서 2538억원으로 증가했다. A급 캐피탈사 평균 연체율이 2.7%인 점을 고려하면 OK캐피탈의 연체율은 꽤나 높다.
이같은 건전성 우려는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월 OK금융의 지주사 격인 OK홀딩스대부(BBB)와 주력 계열사인 OK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현재 OK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로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다. OK홀딩스대부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를 대상으로 사모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해 확보한 유동성을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등 국내 계열사에 지원하고 있다.
OK홀딩스대부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부터 빌린 차입금 잔액은 1조3800억원으로, OK홀딩스대부는 현재까지 OK캐피탈에 총 3961억원, OK에프앤아이대부에 총 6090억원을 빌려줬다. OK저축은행에는 작년 9월과 올해 3월 유상증자 형태로 총 150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작년 보유하고 있던 국내 금융지주 등의 유가증권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9월 말 OK저축은행과 OK에프앤아이대부에 각각 대부업 관련 자산과 대출채권을 넘기고 받은 자금 역시 계열사 자금 지원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대부업 청산을 위해 OK저축은행에 대부업 관련 자산 및 부채를 넘기고 7352억원을, OK에프앤아이대부에 대출채권을 넘기고 3777억원을 받았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주요 계열사들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상황이다.
현재 OK금융에서는 하반기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OK금융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 등 최근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와 연체율 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 자율협약에 적극 참여해 부동산 PF 대출 위험을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