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독감 치료 주사제를 맞은 한 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추락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사건에 대해 의사가 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의료계 일각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미생모)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항바이러스 주사제와 환각, 이상행동 같은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법원은 지난 2018년 독감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 주사제를 맞고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고등학생에게 병원이 5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바이러스 주사제 부작용에 대해 병원 측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해당 약의 설명지에 ‘항바이러스 주사제 투여 시 환각이나 이상행동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소아청소년은 이틀 동안 혼자 둬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해당 고등학생과 그 가족은 의사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미생모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은 독감 환자에서도 환각이나 이상행동의 부작용이 발생한 다수의 사례가 이미 의학 논문에 발표된 바 있다”며 “법원이 인과관계도 확실치 않은 사건에 대해 단순히 약의 설명지에 해당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증거 중심주의라는 법의 원칙을 근본부터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상액 규모가 과도하게 많이 책정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진료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생모는 “독감 치료를 하고 일선 병의원이 얻는 이익에 반해 법원이 터무니없는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함으로써 앞으로 의사들은 환자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가 피해를 입은 것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필수의료를 행하다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충분히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