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해체 여론이 부실 사태를 계기로 재점화하고 있다. 조직 해체 불씨를 당긴 건 2021년 땅 투기 사건이다. LH는 당시에도 해체에 버금가는 혁신을 공언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지고, 수십 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국민을 기만한 혁신임이 드러났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비대해진 조직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직 거대화가 문제 키워”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합병으로 탄생했다. 당시 합병 목표는 ‘효율화’였다. 비대한 두 조직을 단일화하고 서로 경합하는 일을 막는 것이었다. 결과는 달랐다. 덩치만 커졌다. 기능도 그대로 가져왔다. 힘이 막강해졌다. 막강해진 LH에게 붙은 별명은 ‘무소불위’다. LH가 시행을 맡은 현장에선 왕처럼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다른 표현은 ‘샴쌍둥이’다. 몸은 하나인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머리가 두 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조직이 비대하고 기득권이 워낙 세다. 지역권에선 LH가 왕”이라며 “그래서 전관예우도 있고, 내부도 복잡하다. 사장이 딱 말해서 질서가 확립되는 구조가 아닌가보더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토속세력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라며 “두 기관이 뭉쳐있으니 화학적 결합도 안 되고 그래서 곯아터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직 분리에 관해서도 “일리 있다”라며 “시너지를 내려고 뭉쳤는데 실효성이 없고 구조적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으니 분리 논의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LH 해체 여론은 올해 국정감사장도 달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이권이 부실 원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한준 LH사장도 전관 등 비위를 막기 위해선 기능축소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전관은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제도적으로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 한다”라며 “설계, 시공, 감리 등 업체 선정권한을 공사에서 분리시키는 게 맞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협의해 설계, 시공, 감리를 조달청이나 정부기관에서 입찰하면 공사가 전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제도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기능 슬림화 필요”
전문가들도 조직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내부정보로 투기가 발생해서 해체 얘기가 나왔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된 기관이 합병한 거니까 번거롭긴 해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는데 논의 없이 유야무야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리나 공정관리 등의 기능을 분리하는 게 비효율일 수 있지만 비리 방지를 위해선 (해체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능분리 보다는 감사, 감독, 감리기능과 관련한 내부규정을 대대적으로 보완하고 필요하다면 구조기술사로 구성된 외부전문가집단으로 하여금 감사나 감리 감독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 한다”고 제언했다.
서원석 중앙대 교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조직을 해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주택 공급기능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직 해체보다 기능 분담이 올바를 것”이라며 “예전처럼 공공주택 관리기능은 따로 두고 나머지 기능은 조직을 새로 만드는 쪽으로 조직과 기능을 슬림화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LH 혁신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 혁신방안에 대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 의견을 검토하는 과정 중”이라고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