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GDC센터, 물류시장 선점 노린다 [가봤더니]

CJ대한통운 GDC센터, 물류시장 선점 노린다 [가봤더니]

‘오토스토어’ 시범 운영…로봇·데이터로 중무장
아시아·태평양 ‘물류 전진기지’...사우디 GDC 구축
“시·공간 제약 뛰어넘는 ‘초국경택배’ 경쟁력 확보”

기사승인 2023-11-12 10:06:02
인천GDC에서 운영중인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 모습.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GDC사업은 타 물류기업보다 3년에서 5년 정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CJ대한통운의 이같은 확고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9일 방문한 인천 CJ대한통운 GDC(제3국가로 발송하기 위한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센터) 센터. 글로벌 이커머스의 ‘물류 전진기지’이자 국내 유일의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라 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연면적 약 2만㎡(6117평) 규모에 보관 가능한 제품만 500만개에 달한다. 

최근 이 곳은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인 ‘오토스토어’를 도입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은 “증축에 따른 운영규모 확대와 함께 로봇·데이터 기반의 최첨단 기술력이 가미돼 GDC 운영의 초격차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스토어’ 활용, 당일 최대출고량 1.5배 증가

인천GDC 내 물류작업 공간으로 들어서자 빨간색 외관의 로봇이 눈에 띈다. 16단으로 쌓인 보관공간에 140대의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빠른 속도로 활보하지만 속도조절을 알아서 하기에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로봇은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물건이 담긴 Bin(보관 바구니)을 꺼내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각 물건의 크기, 개수에 맞춘 최적의 박스가 화면에 나타나면 작업자는 해당 박스에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된다. 현재 7만6000개의 Bin이 설치돼 있고, 약 3만 종류의 제품이 보관돼 있다.

주문 제품이 담긴 Bin(보관 바구니). 사진=김한나 기자
이곳은 제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 방식의 자동저장 및 피킹 시스템이 이뤄지는 ‘오토스토어’다. 약 6264㎡(1895평) 규모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오토스토어는 스스로 재고를 재배치하는 역할도 한다. 피킹 로봇이 돌아다니며 주문량이 많은 A급 물건들을 상단에 배치시킨다. 주문량이 많으면 출고 빈도가 높아지는데, 이런 제품을 상단에 배치함으로써 로봇이 물건을 가져오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팀장은 “고정식 철제 선반에 팔렛트 단위로 보관하는 ‘랙 방식’과 비교 시 공간을 더욱 촘촘히 활용할 수 있어 보관 효율성이 4배 향상될 뿐 아니라 출고처리 능력도 2.8배 증가한다”며 “물류 현장에서 오토스토어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국내에서 인천GDC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현재 최종 테스트가 진행 중으로, 오는 12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작업자가 화면에 표시된 주문정보를 확인 후 박스 안에 제품을 넣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박스가 3D스캐너를 지나면 빈 공간이 측정되고 최적량의 완충재가 자동으로 투입된다. 사진=김한나 기자

또 ‘OTP’ 방식의 QPS도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주문 정보가 입혀진 박스들이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다 작업자 앞에 멈춰 서면 작업자는 화면에 표시된 주문정보를 확인 후 본인 앞에 놓여 있는 제품을 박스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이 팀장은 “주문 정보가 담긴 박스를 자동으로 전달해주는 ‘OTP’ 방식과 제품이 사람을 알아서 찾아가는 ‘GTP’ 방식의 시스템을 활용해 물류 효율성은 물론 작업 편의성도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QPS와 오토스토어를 함께 운영함에 따라 당일 최대출고량은 기존 2만 상자에서 3만 상자로 1.5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장·검수·분류도 자동화…친환경 효과 높여 

또다른 작업장 한 켠에는 자동 박스제함기들이 박스를 접는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서로 다른 7종류의 박스들이 제함된다. 이 팀장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의 종류와 수량에 맞춰 7종 중 가장 적합한 크기의 박스를 현장에 투입한다”며 “박스 측면에 표기하는 바코드에 코팅라벨 대신 ‘오징어먹물’식 잉크를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인천GDC에서 대체한 코팅라벨은 약 2200만장에 달한다. 


제품이 담긴 박스는 자동 컨베이어를 따라 검수공간으로 이동한다. 박스가 컨베이어에 설치된 중량검수대를 지나는 즉시 화면에 무게가 표시된다. 중량 검수에서 ‘정상’ 처리가 되면 3D 스캐너가 박스 내 빈 공간을 측정하고 최적량의 완충재를 자동으로 넣는다. 박스 테이핑, 송장 부착 작업도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후 ‘휠소터’가 국가별로 분류하면 작업자들이 간선차량에 박스를 싣는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간선차량들은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각 국가별 노선에 맞춰 발송된다.

인천GDC는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큰 규모다. 미국에서 받은 제품들이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4개 국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수출통관 및 물류과정을 거쳐 항공으로 운송된다.

이런 운영 방식은 물류비 절감은 물론 배송시간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팀장은 “인천GDC가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물류 효율성은 물론 고객사, 소비자의 만족도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사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성공적인 인천GDC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아이허브와 협력해 사우디에서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GDC’도 구축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100만톤의 물류 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인천 GDC를 통해 아이허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다보니 고객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 중동 시장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고객사와 협의를 거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GDC 운영 체계. CJ대한통운
CBE 물류시장 성장세…시장 공략 박차

영국 물류시장 리서치 기업 TI에 따르면 전세계 CBE(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은 2026년 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97조원 대비 무려 83.5% 성장한 규모다. 한국 CBE 물류시장 규모는 2021년 1.1조원에서 2026년 1.3조원으로 약 21.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물류기업들이 한국에 GDC, 국제특송장을 구축하거나 해외 현지에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등 CBE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GDC사업 확대가 CBE 물류시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해외 현지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국가에서 효율적인 GDC운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CJ대한통운은 최고 수준의 GDC 운영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CBE 물류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경진 CBE운영팀장은 “압도적인 GDC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시간·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초국경택배’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운영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확대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CBE 물류시장의 ‘탑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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