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 징역 30년 형을 받은 이은해(32)와 조현수(31)가 지인들에게 도피 행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연합뉴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씨와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달 26일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지인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두 사람은 잠적해 4개월간 도망 다니다 지난해 4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형사법상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도피도 일종의 방어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한 사정이 있다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1·2심은 이씨와 조씨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120일 넘는 기간 도피생활을 지속한 것을 두고 “통상의 도피와는 성격이 다르다.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이은해·조현수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친구를 통해 은신처를 제공받고, 그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다른 은신처로 이동한 행위는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도록 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올해 9월 이씨에게 무기징역, 조씨에게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이들의 도피를 도운 2명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과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2명은 올해 6월 2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