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부재, 의료진 공백, 적자 누적까지. 삼중고에 시름하는 성남시의료원이 결국 민간 대학병원에 위탁된다. 지금의 직영체제로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인데, 의료원 직원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수탁기관 모집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의료원을 둘러싼 혼란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 운영을 공식화했다. 성남시의료원이 시민으로부터 외면받고 과도한 손실을 겪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시장은 “의료원은 개원 3년이 됐는데 연도별 하루 평균 수술 건수가 최소 2.2건에서 최대 5.7건에 그치고, 이마저도 일반·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개선 방안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와 시민,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 위탁 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도 이유로 들었다.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의료원 법인 설립 뒤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275억원의 출연금을 지출해 총 2197억원이 의료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465억원, 2021년 477억원, 2022년 547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추산대로라면 올해는 634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병상활용률은 20%대에 그치고, 하루 평균 입원·외래환자는 각각 110명, 560명으로 나타났다.
의사 부족으로 환자 치료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의사 정원 99명인 의료원에는 현재 54명만 근무하고 있다. 심지어 의료원장은 지난해 10월말 전임 원장이 그만둔 뒤 1년 넘도록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성남시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의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신 시장은 “의료원은 509병상, 최신 의료장비 등을 갖춰 어떤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종합병원임에도 중증 외상과 심근경색 환자 등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병원 위탁 운영은 필수·중증진료, 미충족 의료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위탁 운영 승인을 요청하고,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위탁기관 공개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대학병원과의 위·수탁협약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의료원 내·외부의 반발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어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 위탁 운영 방침이 나오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위탁 추진 중단과 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원 위탁 운영은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위탁 운영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시기에 받았던 국민적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을 투입하라”고 요구했다.
의료원 의사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A 전문의는 “결국 위탁 운영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의료원 노조도 그렇고 다들 위탁을 찬성하는 의견들은 아니었다”면서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위탁이 된다 해도 의료원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A 전문의는 “최소 1년 이상의 의료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병원의 위치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고,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된다고 해도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