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의약단체가 ‘위헌소송’ 카드를 꺼내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4개 의·약단체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민간보험 청구 강제화 공동 대응연대’를 꾸려 요양기관의 실손보험 청구 강제화에 관한 보험업법 개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연대는 “국민의 민감하고 소중한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취득해 활용하고, 요양기관의 자율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보험업법에 대해 법적 흠결이 없는지 위헌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를 전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필요한 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은 전송 대행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한다. 종이 서류를 직접 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전산화해 가입자 편의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감한 개인의 의료정보가 전자적인 형태로 보험사에 제출된다면 손쉽게 수집·축적될 수 있고, 해당 정보가 보험료 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대는 “청구간소화를 빙자한 의료정보 축적을 통해 가입자인 국민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민감한 의료정보가 민간보험회사로 넘어가 보험신용정보시스템(ICIS)에 집적되면 환자의 진료비 지급 거부 등 다양한 분쟁이 발생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부담도 크다. 연대는 “이번 요양기관과 의료정보처리 관련 업체들은 기존의 전산환경에서 실손보험 관련 진료정보 선택, 동의절차, 암호화 등 전반적인 시스템의 구축과 이에 따른 비용부담도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환자가 요청만 하면 병원이 대신 신청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홍보해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는 ‘앞으로는 병원 진료 후 One-Stop으로 실손보험금 전산청구가 가능하게 됩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마치 실손보험금 청구를 요양기관이 대신해 청구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의료정보의 열람 및 사본발급은 현재도 의료법과 약사법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므로 요양기관에 요청하는 전송 진료·조제기록 역시 환자의 명확한 서면동의를 남겨야 하고 원하는 정보만 선택하여 전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